체스 메이트 ㅣ 가나 뿌리 책장 1
박지숙 지음, 양양 그림 / 가나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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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처음 체스 경기를 구경했을 때, '이거 장기잖아?'하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체스와 장기는 뿌리가 같다. 

  체스의 역사는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차투랑가라는 보드게임이 시초인데 코끼리를 탄 병사, 이륜 전차를 끄는 기마병, 보병을 상징하는 기물로 벌이는 일종의 전쟁놀이다. 이 놀이가 이슬람 제국에서 샤트란지라는 게임으로 바뀌었다가 동양으로 전파되면서 장기가, 유럽에서는 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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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체스는 세계 곳곳에서 남녀노소가 즐기는 놀이가 되었지만, 처음 얼마동안은 귀족이나 왕족만 즐길 수 있었다. 주로 왕자들에게 전쟁에서 이기는 전술이나 통치술을 가르치는 데 사용됐다. 여러 기물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동하면서 상대방의 왕을 꼼짝 못하게 만들면 '체크메이트'하고 외친다. 장기에서 '장군이오.'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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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바로잡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이야. 한순간의 충동이 악수가 될 줄은 몰랐다. 체스판의 보이지 않는 수처럼 답답했다. 

'이럴 때 누군가 다음 수를 알려 줬으면 좋겠어....'

체크메이트,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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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주는 이른바 체스 신동이다. 체스를 시작한 지 반 년 만에 전국 어린이 체스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선 동주는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참가자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으며 체스 우승자로서 행복한 순간을 맘껏 즐기던 동주 앞에 여자부 우승자인 야스민이 나타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스카프처럼 생긴 히잡을 쓴 야스민을 눈여겨봤던 동주는 고작 몇 명밖에 안 되는 여자부에서 우승을 했다고 의기양양한 야스민이 가소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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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건지 간절함이 모자란 것인지 동주는 야스만에게 연거푸 패하고 만다. 자존심이 상한 동주는 세계 어린이 체스 대회에 나가기 위해 체스 협회에서도 눈독 들이는 기대주 야스민을 꺾겠노라 굳게 다짐한다. 

 하늘은 야스민의 편인 걸까. 다 이겼다고 콧노래를 불렀던 게임에서마저 야스민의 역공으로 지고 나니 기가 막혔다. 체스를 배운지 한 달밖에 안 된 야스만에게 비법이 있을 거라 생각한 동주는 얼떨결에 야스민의 책, <위대한 마법의 체스>를 훔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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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직은 체크메이트가 아냐! 끈질기게 묘수를 찾는 거야. 돌파구를 찾으면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어."

기물의 행보는 의미 없는 수가 없다. 지금은 허튼 행보 같아도 든든한 미래의 발판이 될 거야. 

체크메이트,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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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야스민네 가족은 시리아 사람이었다. 동주가 태어나기 전 시리아에 전쟁이 났는데,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야스민의 부모는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 이후 부부는 한국에 머물면서 야스민을 낳았지만 가족 중 누구도 한국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야스민 같은 아이들을 '미등록 이주 아동'이나 '존재하지만 없는 아이', 또는 '그림자 아이'라고도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동주는 혼란스러웠다. 월등한 실력을 갖춘 야스민이 세계 체스 대회에 나갈 수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말짱히 살아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니. 그럼 야스민이 유령이라도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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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민만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던 동주가 달라졌다. 고려인 4세인 그랜드 마스터 박세르게이가 내 준 '마음 복기' 숙제가 큰 도움이 됐다. 체스 경기를 복기하듯 평정심을 갖고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헤아려 보았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자 처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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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맘대로 체스를 그만둘 수 없어. 내가 반드시 너를 이겨야 하니까. 

난 한 번도 못 이겼는데 너라면 억울하겠니, 안 억울하겠니?

내가 영원한 패배자로 남는데 너라면 분해서 잠잘 수 있겠어, 엉?

체크메이트,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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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야스민은 체스의 꿈을 포기하려 한다. 이에 동주는 자신의 주특기이자 전설의 체스 전략을 '약 올리기' 비법을 쓴다. 체스는 혼자 할 수 없으니까. 흑과 백이 어우러져야만 멋진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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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의 목적은 승리다. 독서의 목적 중 하나는 무언가를 얻는 것이다. 

 '체스'를 노리고 읽었는데, '메이트'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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