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때, 삼각형이 가장 안정적인 도형이라는 말을 듣고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삼각 관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힘의 불균형으로 이토록 불안하게 흔들리는 삼각형이 어떻게 가장 안정적이라는 건지.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고, 삼각형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인간 관계를 경험하고 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삼각형의 안정성은 바로 힘의 분산에서 온다는 것을.
원의 중심과 달리 삼각형에는 세 가지의 중심점이 있다. 무게중심과 내심, 그리고 외심이 그것이다.
삼각형의 중심 중 가장 실용적인 무게중심은 삼각형의 무게가 고르게 퍼져 있으면 그 점을 중심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균형점이라고도 불린다. 삼각형 각 변을 이등분하는 점을 찾은 뒤 그 점에서 반대쪽 꼭짓점으로 선을 긋는다. 그 세 선이 만나는 한 점이 바로 무게중심이다.
삼각형의 내심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세 각을 이등분하는 선분을 그려야 한다. 그 세 선은 내심인 한 점에서 만난다. 이 내심은 삼각형에 내접하는 원의 중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삼각형의 외심은 각 변을 수직 이등분하는 선분을 그려 찾을 수 있다. 세 개의 수직이등분선들이 만나는 한 점이 외심인데, 외심은 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지나가는 원인 외접원의 중심이다.
현재 나는 또다른 삼각관계에 빠져 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그리고 나. 신랑은 어쩌다 한 번씩 끼었다 빠졌다한다. 이 삼각 관계는 시시각각 변해서 중심이나 최단 거리를 재기는커녕 한 치 앞을 모르겠다. 어쩔 때는 첫째 아이와 내 거리가 너무 가까워 둘째 아이가 심통이 나기도 하고, 또 어쩔 때는 둘째 아이와 내가 마치 한 몸인 듯 딱 붙어 삼각형의 모양이 무너지기도 한다. 두 아이가 나만 빼고 저희들만의 세상으로 빠져들 때면 혼자 삐죽이 튀어나온 꼭짓점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한다. 물론 어쩌다 한 번씩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하게 안정적인 정삼각형이 되기도 한다.
문득 그 옛날 바빌로니아의 사람들이 점토판에 새긴 쐐기문자가 떠오른다. 그 안에 담긴 삼각형과 사각형, 원을 비롯한 다양한 도형을 보며 까마득한 과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오늘의 이 삼각관계를 추억할 수 있게 '우리만의 기하'를 이용한 흔적을 남겨봐야겠다. 수학 공부하면서 싹 트는 사랑이라니,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해 볼 만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