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 나는 몇 걸음 앞을 보며 가는 편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불안과 강박이 원인일 것이다. 나 혼자면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아이들이 할 일을 쌓아두고 천하태평한 모습을 보면 화가 솟구친다. 그럴 때 나를 다스리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일단 눈을 감고 입을 닫는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한 뒤 속으로 이렇게 되뇌인다.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누구 못지 않게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왔다. 한 번씩 엄마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지러운 날에는 지난 날 내가 허비한 시간을 끌어다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그래도 아깝게 흘려보낸 시간들 덕분에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엮은이 정영훈의 말처럼 <채근담>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문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로 읽기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외우는 문장이 아니라 살아가는 언어가 되는 글이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다. 한 권의 책, 한 줄의 문장으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므로 좋은 글과 더욱 가까이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