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인생수업 - 흔들릴 때마다 꺼내 읽는 마음의 한 줄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25
홍자성 지음, 정영훈 엮음, 박승원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읽은 어느 나무 의사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흔들림이 기본 값이다.'

흔들리지 않으려 버티느라 만신창이가 되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알아차리고 그 속에서도 삶의 방향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 또 뿌리채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채근담> 같은 고전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

​

동양의 <수상록>이라고도 불리는 <채근담>은 수백년 동안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널리 읽혀온 것을 넘어, 20세기 초부터는 서구 사회에도 소개되었다. 영어를 비롯한 여러 유럽어로 번역되면서, 동양의 고전적 수양철학과 명상적 사유에 관심을 가진 서구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최근 단순하고 절제된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명상이나 자기성찰의 문구로 활용되며 서구의 삶과 정신문화 속에서도 조용한 영향을 이어가고 있다.

​

​

​

​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안 되니,

마음이 비어 있어야 의리가 와서 머뭅니다.

마음은 채우지 않으면 안 되니,

마음이 채워져 있어야 물욕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채근담 인생수업, 29쪽

​

​

​

1장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일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전제로 내 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요지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마음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같은 일을 겪더라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타격의 정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떤 이는 스스로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주저앉아 버리고 말지만, 누군가는 박차고 뛰어올라 더 높은 곳에 오르기도 한다. <채근담>은 후자의 경우를 위해서 마음의 공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필요한 것을 채우려면 빈 공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쓸데없는 것을 채우지 않으려면 빈 공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미니멀리즘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

​

​

​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을 높이 여기십시오. 물러서는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의 기반이 됩니다. 남을 대할 때 조금이라도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 곧 복이 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 실제로는 자신을 이롭게 하는 근본이 됩니다.

채근담 인생수업, 95쪽

​

​

대부분의 경우 나는 몇 걸음 앞을 보며 가는 편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불안과 강박이 원인일 것이다. 나 혼자면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아이들이 할 일을 쌓아두고 천하태평한 모습을 보면 화가 솟구친다. 그럴 때 나를 다스리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일단 눈을 감고 입을 닫는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한 뒤 속으로 이렇게 되뇌인다.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누구 못지 않게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왔다. 한 번씩 엄마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지러운 날에는 지난 날 내가 허비한 시간을 끌어다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그래도 아깝게 흘려보낸 시간들 덕분에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

​

​

엮은이 정영훈의 말처럼 <채근담>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문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로 읽기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외우는 문장이 아니라 살아가는 언어가 되는 글이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다. 한 권의 책, 한 줄의 문장으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므로 좋은 글과 더욱 가까이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