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소년 베스트셀러를 살펴 보면 청소년 대상 문학 작품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교과서 연계 학습서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문학이 그 자리를 꿰찼다. 그 중에서도 국내 작가들의 순수소설 단행본이 많았다. 청소년의 정체성과 고민을 다룬 성장 소설이 주를 이뤘고, 순수 문학이나 예술과 판타지 등 다양한 분야의 문학 작품도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인문 교양 분야의 책이나 공포물이나 SF같은 장르물도 빠지지 않았다.
읽는 아이들은 꾸준히 읽는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고전은 덮어두고 싫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시대에 대한 이해와 배경지식이 부족해 작품의 맥락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문장 구조와 현대에 잘 쓰이지 않는 용어, 번역이 주는 부자연스러움, 그리고 숏폼에 길들여진 지금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느린 전개도 고전과 거리두기에 한 몫을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새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에 깊이를 더하며 보다 수준 높은 독서 경험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안목을 키워 독서 뿐 아니라 삶의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새로운 관심사를 만들 수도 있고, 고전에 담긴 지혜와 교훈을 통해 올바른 인성을 키울 수도 있다. 특히 시대와 문화, 여러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고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이쯤 되면 고전 읽기는 독서에 있어 만능 처방인 셈이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공감하고, 깊이 있는 사고와 삶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의 방황을 그린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과 <데미안>의 예를 들었다. 최근 나는 아이들과 <홍길동전>을 읽고 있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의적이라는 홍길동의 영웅적 면모는 남자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고 난 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홍길동은 과연 의적인가 도적인가'에 대해 한참을 토론했다.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므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만약 홍길동이라면'이라는 질문에는 마치 빙의라도 한 듯 눈빛이 달라지기도 했다. 장난꾸러기 초등학생과 이 책 읽고 나면 한 가지 단점이 생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말이 입에 붙어 "떡볶이를 떡볶이라 부르지 못하고, 마라탕을 마라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식의 말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을 읽고 하루 종일 "나의 방귀를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