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600년의 기억
정명림 지음, 장선환 그림, 이지수 기획 / 해와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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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임금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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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이들과 다녀온 광화문 광장은 그 위용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원래의 자리와 의미를 되찾을 때까지 겪어야 했던 수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지만 후대를 위해 지켜낸 민족 정신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자랑스럽기도 하다.

조선의 첫 임금 이성계는 새 나라에 어울리는 도읍으로 한양을 골랐다. 한양은 사방으로 길이 나 있고, 배가 드나들 수 있는 물길이 있어 지방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기에도 좋았다. 이성계는 한양에서도 산세 좋고 평평한 터를 골라 경복궁을 짓기 시작했다. 솜씨 좋은 장인들이 모두 모였지만 농번기를 마치고 겨울 동안 진행된 공사는 고생스럽기 그지 없었다.

새 나라에 대한 부푼 기대와 함께 힘을 모아 완성한 경복궁 앞에 선 광화문은 조선 왕조의 기세를 뿜어내듯 위풍당당했다. 무지개 모양으로 생긴 세 개의 문과 아침저녁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종과 북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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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행차하거나 외국에서 사신이 올 때처럼 나라에 행사가 있으면 광화문 앞은 분주해져요. 색색의 천이나 실이 드리워 거리를 꾸미고 땅재주와 줄타기 공연을 펼칠 무대와 천막도 만들어야 했거든요.

왕비나 왕세자비를 맞아들일 때도 광화문 앞에서 관리들이 모여 인사를 했어요. 과거 시험도 광화문 앞마당에서 치렀어요. 이런 행사들은 백성들에게 흥미로운 구경 거리가 되었답니다.

광화문 600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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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희노애락이듯 1592년 4월의 어느 날, 멀리 남쪽 지방에 일본 군대가 쳐들어 오더니 거침없이 한양을 향해 밀고 올라왔다. 놀란 임금은 궁궐을 버리고 도망쳤고, 손쉽게 경복궁을 차지한 일본군의 만행에 궁궐에 불이 났다. 이때부터 시작된 광화문의 수난은 한동안 이어졌다. 난리통이 끝나고 무너진 왕조의 위엄을 세우고자 경복궁을 다시 짓기 시작했다. 광화문은 주변 터보다 높여 난간을 세운 월대를 만들어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성들로부터 무리하게 돈을 거두는 바람에 나라 경제가 혼란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공사장에 불려 나오는 백성들의 고생도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직 나라의 재건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모이고 모여 광화문에서 다시 종소리가 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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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일본의 식민 치하를 겪으며 어렵게 복구한 경복궁은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다행히 광화문은 보존되었지만 더 이상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문이 아니었다. 경복궁 앞에 총독부 건물을 세운 일본은 광화문이 그것을 가리게 되자 궁궐 정문이었던 광화문을 동쪽 구석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이후 일어난 한국 전쟁에서 폭탄을 맞은 광화문은 나무로 된 다락 부분이 모두 부서져 돌로 돈 몸체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참혹한 전쟁이 끝났지만 나라 살림을 일으키느라 광화문은 한동안 처참한 모습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1968년에야 광화문의 옛 모습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본모습과는 다르게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또 원래 있던 자리에 도로가 나 버려 제자리에서 살짝 비켜 세워졌다. 이후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이해 조선 총독부 건물은 철거되었고, 광화문은 예전 설계 도면대로 꼼꼼하게 돌로 담을 쌓고 다락을 올려 새로 지어졌다. 현판도 고종 임금 때 썼던 글씨체를 되살려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진 뒤로 여러 차례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고 했던 광화문이 드디어 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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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서면 광장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산 장군 동상이 우리를 반겨 줍니다. 광화문이 바라다보이는 광장은 수많은 시민이 여유롭게 거닐고 편안히 쉬어 가는 놀이마당이 되었어요. 분수에서 뿜어낸 물줄기가 무지개를 만들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광장을 가득 떠다녔지요.

광화문 600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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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이 다시 우리의 것이 되었다. 과거에는 일부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공연이 벌어지고, 때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마음이 불을 밝히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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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중요한 것을 잊고는 한다. 이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이 나라를 이어갈 후대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지에 대한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화문은 기억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았다. 취타대 연주와 함께 하는 수문장 교대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 온 600살 광화문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역사와 함께할 것임을. 그리고 그 역사 속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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