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담 1 : 자라지 않는 소년 ㅣ 동화로 읽는 웹툰
김영리 글, 다홍 원작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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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웹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만난 <숲속의 담>. 표지만 보고 숲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동화쯤으로 생각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역시 같은 마음으로 나보다 먼저 책을 집어들었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듯 보였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끄덕끄덕, '네가 이 책을 읽으려면 너만의 인생을 좀 더 살아야겠구나.' 하고 마음의 소리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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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불로불사, 불로장생의 신이다. 그가 열네 살 되던 해, 자신의 손길이 닿으면 식물의 푸른 줄기가 쑥쑥 뻗어 나가고, 죽어가던 식물도 되살아나게 하는 엄청난 재능을 발견했다. 심지어 그 능력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두려워 집안에 틀어박힌 담은 꽃에 물을 주고, 책을 읽으며 지냈다. 담의 방은 초록의 식물로 터져버릴 듯했고, 얼마 후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은 나이들어 돌아가셨고, 동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 동생이 죽고, 세월이 흘러 죽은 동생의 아이마저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담은 여전히 열네 살 때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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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담과 꽤 긴 세월을 함께했어요. 담이 평범한 아이가 아닌 건 맞아요. 처음엔 저도 담과 함께 지내기가 꺼려졌어요.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그냥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담은, 만나 본 누구보다도 서툴고 다정한 인간이에요. 우리가 같이 지내는 동안 담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담의 능력을 이용하려 하거나 담을 두려워할 뿐이었죠. 담은 항상 누군가를 위해 능력을 썼어요. 아마 이번에는 이곳 3구역 모두를 위해 능력을 썼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항상 그렇게 지내 왔으니까 , 그러니 담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실 수 없나요?"

숲속의 담 1,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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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다름'과 '틀림'을 혼동한다. 내 다름은 결코 틀림이 아니라 목소리 높이지만, 타인의 다름은 종종 틀림으로 치부한다. 그들을 구석으로 내몰며 내 다름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누구도 안도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제각각 다르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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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게 '코나'로 대변되는 과거와 '미쉬'로 나타내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담은 마침내 자신의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아무리 과거에 잠기려 애써도, 그 추억을 되살리려 모든 걸 바쳐도 살아 있는 사람에 비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 과거를 붙들고, 과거에 붙잡혀 현재를 매몰시키는.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어두운 시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은 '사람'이었다.

담에게도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담이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가까이할 수 없었던 미쉬, 아픈 상처를 나눠 가졌지만 차마 쉽게 꺼내 보이지 못하는 플로리안과 레나, 그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율리, 담을 닮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꺼이 미쉬의 곁에 있기를 약속하는 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상처를 마주할수록 그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가족'이라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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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조차 두려워서 나를 남에게 맞추려고 했는데, 너는 누가 뭐라하든 눈치 보지 않고 마을에 너를 맞추려 하지도 않았잖아. 너무 대단해 보였어. 그래서 나도 그때 처음 용기를 내 본 거야."

숲속의 담 1,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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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가 만약 담이었다면, 나에게 남과는 다른 능력이 있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 수많은 고뇌와 두려움을 견디느니 '평범'이 낫겠다면 너무 현실적일까. 뒤이어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사실 이 세상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굴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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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불로초는 진짜 있지?"

<숲속의 담>을 먼저 읽기 시작했던 둘째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나 역시 한껏 진지하게 되물었다.

"불로초가 진짜 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음..."

아이는 대답을 잊은 채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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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 책은 겁없는 야생동물처럼 날뛰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꽤나 심오하다. 어쩌면 이제는 그저 되는대로, 쉽게 쉽게 넘어가자고 타협하는 나같은 '어른'에게도.

<숲속의 담>은 한동안 책장 한 켠을 지키게 될 것 같다. 그 언젠가 아이들이 이 책의 표지에 홀려 책장을 넘기게 될 때, 그때 나도 다시 한 번 담과 그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때까지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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