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김지연 지음, 유영근 그림 / 제제의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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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철학'이라는 말에서는 어느 만큼의 무게가 느껴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고 단정 짓고 담을 쌓는 선입견도 한몫한다. 특히 비관론자로 대표되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접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약간의 희망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절망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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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요. 어떤 학원을 다닐지, 숙제를 언제 할지, 친구와 싸웠을 때 어떻게 말할지... 그런 순간에 필요한 게 바로 '철학'이에요.

어린이를 위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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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를 먹을지, 된장찌개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도 철학이라고?

사실 철학자라는 말은 철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본래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인간을 인간이 아닌 것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요소가 '사유'이듯, 쉽게 말해 넓고 깊게 생각하는 일인 철학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이고, 진정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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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은 쇼펜하우어가 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소품과 부록>에 담긴 그의 사상 중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관련된 내용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각색한 책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인생을 위한 세 가지 기본 기술,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위한 일곱 가지 방법, 발전과 성공을 부르는 여섯 가지 방법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조언이 이어진다. 그 사이사이 남녀노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만화가 이해를 돕는다. 내 생각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구절절 길게 말하지 않아 '철학책'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얘들아, 이리 와 봐. 그러니까 철학이란 말이지." 하며 저 옛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면 나조차도 철학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기 싫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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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무의식에 휘둘리는 비합리적 존재'라고 말했어요. 프로이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의지를 갖고 행동한다기보다 몸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셈이지요. 단순히 의지를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의지를 바꾸기는 어려워요.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습관이 바뀌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의지를 바꿀 수 있이죠. 결국 습관을 바꿔야만 자신이 처한 환경을 통제하고 일상을 바꿀 수 있답니다.

어린이를 위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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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청산유수의 진리라도 실천이 없으면 속 빈 강정이다. <어린이를 위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은 도전 의식을 불태우는 '이렇게 해 봐요!'라는 부분이다.

의지를 다지려면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진행 상황을 측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여기까지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목표를 정하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진 'SMART 목표 설정법'을 살펴본 후 내가 느낀 점은 '빠져나갈 구멍을 차단한다' 였다.

올해도 작년처럼 '체중 감량'을 새해 목표로 삼았다면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매일 줄넘기 30분 하기 혹은 매일 줄넘기 200개 하기처럼. 또 한 달 안에 몸무게 10킬로그램 빼기처럼 극단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일주일에 200그램 감량하기처럼 '해 볼 만한데?' 하고 덤빌 수 있는. 사실 우리가 체중 감량을 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심신을 위함이다. 매일 줄넘기를 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면 근력 운동도 추가해 보는 거다. 그렇게 하나둘 가지를 뻗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이때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은 명확한 시간 제한이나 목표 달성 기한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은 빠질 것이다. 언젠가는. 성적도 오를 것이다. 언젠가는. 하지만 그 언젠가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개학 전까지 3킬로그램 감량하기, 2학기에 수학 점수 10점 올리기와 같이 약간의 긴장을 유도하는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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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짧은 여름방학이 끝났다. 어제 아이들은 방학 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 통화하며 "학교 가기 싫다. 너도 그렇구나." 하면서도 어쩐지 싱글벙글했다. 너희들은 모르지. 사실 가장 신나는 건 나다.

오늘 아침 나는 마치 새로 태어난 듯 방학 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아침을 맞이했다. 어젯밤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 일찍 잠든 덕분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등교 전 아이들의 아침 공부를 두고 실랑이하는 대신 운동화를 신고 실내 자전거로 올라갔다. 두 아이들이 내 주위를 오가며 말싸움을 하고, 몸싸움을 해도 눈을 질끈 감고 나에게 집중하려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아침 공부를 하는 이유는 오후에 더 많이 놀기 위해서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니 하교 후에 숙제와 과제에 쫓기다 보면, 분명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때 우선 <어린이를 위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을 내밀고, 함께 고민해봐야지.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한 이 삶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어 성장할지에 대해. 물론 철학하자는 말은 쏙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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