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과학 - 우리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
이연주 지음 / 북스힐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노릇이 힘든 이유의 6할은 이 고된 시간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모나 사촌 언니였을 때 우리는 이렇지 않았다. 천진난만한 그 아이들은 천사임이 틀림없다 믿었고, 세 어떤 향수보다 사람을 매혹시키는 그들의 체취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듯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돼 보니 이건 전혀 다른 세계였다. '엄마'는 그저 '엄마'였다.

​

대체 왜 옆집 아이에게는 그렇게 화가 나지 않는 걸까. 친자식임을 확인하는 방법 중에 공부를 가르쳐 보라는 말이 있다. 열성을 다해 설명을 해줬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옆집 아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가 되는데, 내 아이면 드라마에서나 보던 말이 튀어나온다. 이를 악물며 참아보려 하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 지경이다.

​

​

​

​

​

​

제가 과학 전공자이긴 하지만 나이대에 맞지 않은 설명은 오히려 아이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아이의 나이대에 맞추어 설명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엄마인 제가 힘들어서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명해 주지 않아서 아이들은 더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학교 수업에 대한 기대도 커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엄마의 과학, 8쪽

​

"미르야, 붕어빵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어."

"이미 다 식었는데..."

"겉은 식었어도 속에 든 달달한 팥소는 엄청 뜨거워."

"와, 진짜 뜨겁네. 엄마, 왜 그런 거야?"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자. 욕심을 내려놓기 쉽지 않겠지만 과학 공부보다 '대화'에 초점을 맞추자.

아이가 유아나 초등 저학년이라면 호떡이나 붕어빵을 먹을 때 겉보다 속이 더 뜨겁다는 정도만 알려줘도 충분하다. 초등 고학년쯤 되었다면 "비열이라는 게 있는데, 1g의 물질을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야, 그걸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까지만 하는 걸로 하자. 중학생이라면 비슷한 양일 경우 비열을 통해 잘 식는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열용량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제발 부디 아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진지해지지 말자.

​

​

어렸을 때 나에게 '야구=길다'였다. 주말 오후 아버지가 티비 앞을 지키고 야구 중계를 보기 시작하면 그렇게 시간이 안 갔다. 책도 보고, 놀고, 낮잠까지 잤는데도 야구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 '야구=지루함'이었던 나는 누군가의 손에 끌려 야구장으로 향했다. 그날 나는 첫눈에 '야구장'과 사랑에 빠졌다. 그곳에 가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끄덕하리라 믿는다. 이후 친구의 친구와 함께 어울리듯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9회말 2아웃의 역전극까지 경험하고 나서는 '야구=신나!'가 되었다. 특히 타자가 친 공이 쭉 뻗어나가 담장을 넘기는 홈런의 순간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제로였다.

​

​

​

​

모양에 따라 힘이 전달되지 않는 위치는 달라집니다. 이승엽 선수는 자신의 타격 습관에 따라 스위트 스폿에 공이 맞도록 방망이를 개인적으로 주문 제작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박병호 선수는 스위트 스폿에 공을 맞히기 위해 스위트 스폿이 그려진 종이를 방망이에 붙이고 연습하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엄마의 과학, 96쪽

'스위트 스폿'. 이름도 달콤한 이 스포츠 용어는 손에 충격을 주지 않고 공이 멀리 날아갈 때, 채나 방망이에 맞는 공의 위치를 말한다. 무조건 세게 휘두르는 것보다 스위트 스폿에 잘 맞추면 공이 더 멀리 잘 날아간다. 저자는 대학 물리학을 공부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의 이론을 간단한 실험을 통해 소개한다. 준비물은 펜 하나와 종이. <야구왕 허슬기>라는 만화를 통해 야구에 흥미를 가지게 된 아이들과 함께해 봤는데, 당장 운동장에 나가서 직접 해보자는 걸 말리느라 혼났다.

과학자들은 과학이야말로 우리 생활에 밀접하다고 하지만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는 매일 과학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학과 영어 덕분에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게 사실이지만 중학교에 가면 보다 넓고 깊은 과학을 만나게 된다. 관심이 없으면 아주 어렵다. '수포자' 만 무서운 게 아니다. '제물포'도 있다. 나 역시 '쟤 때문에 물리 포기' 한 수많은 학생 중 하나였다. 그런데 물리를 전공한 엄마가 쓴 과학 교육책이라니. 이것저것 말할 필요 없다. <엄마의 과학>은 구원이다. 그냥 따르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