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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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한 번에 이해되는 문장이 별로 없어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래도 어려웠다. 하지만 <The story of the world>의 저자이기도 한 수잔 와이즈 바우어를 믿고 아장아장 걸음마하는 마음으로 과학과 가까워져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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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채우려면 모래가 몇 알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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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아니 애당초 모래알로 우주를 채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수잔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이것이 결코 쓸데없는 질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플라톤은 타락하지 않은 우주, 즉 데미우르고스의 정신 속에 존재하는 이데아와 우리가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열등한 모방본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철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모방본만 본다는 것이다. 그들은 동굴에 묶인 죄수와 같아서 밖에 존재하는 '실재'를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로밖에 보지 못한다. 실재 자체는 그의 시야 밖에 있다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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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 죄수가 갑자기 사슬에서 풀려나 밝은 햇빛 아래서 동굴 밖의 세상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익숙하지 않은 빛 때문에 고통스럽고 눈이 부셔서 '실재'를 분명하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적응과 앎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실재보다 그림자를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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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살아가는 세계인 동굴에서 밝은 태양 아래의 철학적 지식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불려나와야 한다. 그가 이데아를 이해해서 더 이상 모방본에 만족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과학의 첫 문장, 37쪽

'우물 안 개구리'가 떠오른다. 우물 밖으로 나오려면 일단 우물 밖에도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그 곳이 지금껏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곳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한 발씩 내딛어 볼만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는가'뿐 아니라 '우리는 왜 그것을 알아내려 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러한 질문들이 우리가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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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우주를 채우려면 모래가 몇 알 필요할까? 시칠리아의 시라쿠사 출신 철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모래알을 세는 사람>을 통해 이 같은 질문을 하고, 해결해 나갔다. 그리스인들은 모든 것을 비율로 측정하는 데 익숙했다. 아르키메데스의 질문은 '우주가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우주를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가'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크기가 매우 다른 두 사물, 즉 모래 한 알과 자연의 실재 전체인 우주 사이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태양 중심의 우주를 채우는 데 필요한 모래알의 갯수는 숫자로 표현할 수는 있다. 이는 우주를 완벽하고 추상적인 수학 지식의 이데아에 맞추기보다 수학의 언어를 가져다 세상의 현실에 맞도록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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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기동안 모래는 '셀 수 없는 것'을 나타냈다. '모래알처럼'이라든지 '별처럼'과 같은 표현은 '우리가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별이 가득한 하늘을 재는 데 모래알을 선택함으로써 아르키메데스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인간이 셀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주에 없다'고 말이다.

과학의 첫 문장,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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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혈액형, MBTI. 이것들은 우리가 우리와 같은, 혹은 다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 '대중', 그러니까 과학 전공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과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여전히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어느 한 물리학교 교수는 이 책이 '과학의 성취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얼굴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빅뱅부터 오늘날까지, 어쩌면 과학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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