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도움으로 고갱의 타히티 섬 생활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어느덧 타히티 말도 곧잘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오리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원시의 아름다움도 화폭에 담아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갱은 언제나 혼자인 자신의 처지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아내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 우연히 '테후라'라는 예쁘고 상냥한 아가씨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한다.
그림 뿐 목판화에도 두각을 드러낸 고갱 옆에는 언제나 테후라가 함께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고갱의 근심도 더해갔다. 사랑만으로는 그림을 그릴 종이와 물감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갱은 또 다시 여행을 떠난다. 고갱이 떠나는 날 아침, 너무 울어서 두 눈이 퉁퉁 부은 테후라는 애써 미소 띤 얼굴로 고갱에게 망고를 건넨다. 타히티섬 사람들과 고갱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파리는 바다 건너 아주 먼 곳이라는 것. 전시회 등의 일을 마친 뒤에 언제 다시 타히티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고갱은 방랑자처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 다녔다. 그 중에서 타히티섬은 고갱의 전성기 작품들이 탄생한 곳이다. 고갱이 꿈꾸던 예술가의 낙원이었던 타히티 섬은 고집 세고 자존심 강했던 그를 사랑으로 품어주었다. 1903년 그의 나이 55세에 타히티섬 북쪽에 있는 마르키즈 제도의 한 오두막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섬에 꼭 가보고 싶다. 오랜 시간 고갱을 기다렸을 테후라를 만난다면... "도시 남자는 다 그래!"하며 같이 욕이라도 해 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