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한 때 화학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A와 B가 만나면 어떤 반응이 일어나지만 A와 C가 만나면 다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흥미로웠다. 요즘은 '케미가 잘 맞는다'는 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화학'을 학문으로 만나기 전에 생활 속 이야기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반가웠다.
그런 의미에서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화학 필독서 30>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1860년대에 발표된 어린이를 위한 가장 오래된 대중과학서인 <촛불의 과학>이다. 이 책은 마이클 패러데이가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어느 크리스마스 강연을 기반으로 만든 책이다.
패러데이는 영국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그는 1813년 20대의 젊은 나이로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의 조수가 되었다. 이후 1824년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의 소장, 1833년에는 동 연구소 초대 풀러 석자교수가 된, 과학자들의 과학자로 불리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물리학자로서는 전자기장에 대한 기본 개념을 확립하여 전자기 유도, 반자성 현상 등 우리가 학창 시절 배운 대부분의 물리학 이론을 탄생시켰다. 또 화학자로서는 벤젠의 발견, 양극과 음극, 전극, 이온 등과 같은 다양한 화학 개념을 도입했다. 학자로서의 패러데이도 훌륭했지만 그는 과학강연의 달인이었다. 그는 왕립과학연구소의 소장이 된 이후 무려 19번의 강연을 진행하여 최대 강연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패러데이의 강연이 재미있고, 인기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강연이 보통의 그것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주로 강연자가 청중들 앞에서 서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과 달리 패러데이는 사람들의 눈 앞에서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연소의 3요소에 대해 말로만 설명하는 것과 양초에 불을 붙이고, 그것이 타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양초를 구성하는 원료에 대한 화학 개념을 듣는 것. 후자가 청중, 특히 아이들의 흥미에 불을 지필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양초에 붙은 불꽃이 연소반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그 에너지는 양초로부터 오는데, 그렇다면 양초는 어떻게 에너지를 전달할까? 패러데이는 '모세관 인력'에 의해 양초가 촛불 쪽으로 끌려 올라가며 에너지를 공급하고, 이로 인해 불꽃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세관 인력은 모세관에서 액체를 상승 혹은 하강시키는 힘을 말한다. 이 힘은 모세관을 액체 속에 넣었을 때 발생하며, 모세관 안의 액체 높이가 모세관 밖의 액체 높이보다 높아지거나 혹은 낮아지는 현상을 초래한다. 불 붙인 양초 하나로 모세관 현상까지 파악하는 그의 이러한 실험과학은 현대 화학 시험교육에 있어 기초 교육자료로 아직도 이용되고 있다. 또 영국 왕립과학연구소는 지금도 크리스마스 강연을 이어가고 있고, 이 강연에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이 사실을 패러데이가 하늘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