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은 쉽게 말하면 협박과 같다. 수호 엄마의 주장은 이렇다. 평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 수호가 우주에게 시험을 못 보면 자기는 집에서 쫓겨날 거고, 그럼 죽어버릴 것이라는 말을 했고, 이에 공포를 느낀 우주가 어쩔 수 없이 수호가 시키는 대로 시험지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다.
수호가 진짜 우주를 가스라이팅 했는지, 했다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골몰하던 이범과 어린이 변호사 양성 프로젝트 출신 변호사인 권리아, 유정의, 양미수는 우주와 수호의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을 찾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둘 사이는 '상부상조' 그 자체였다.
수호는 교과서나 준비물을 안 챙겨오면 우주 것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급식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오면 우주 식판에 있는 것을 마음대로 가져가기도 했다. 그럴 때 우주는 마치 수호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사람처럼 하지 마라, 싫다 한 마디 없이 그냥 가만히 있는다.
시선을 수호 쪽으로 돌려 보면 이렇다. 워낙 말이 없고 소극적인 우주는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곤 했다. 반대로 활발하고 리더십이 있어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던 수호는 그런 우주를 챙겼다. 점심 시간에 데리고 나가 축구도 하고, 덩치 작은 우주를 노리는 일진 아이들로부터 방패막이가 돼 주었다.
우주는 이런 관계를 '우유'라는 엉뚱한 대답으로 정의했다. 제일 싫어하지만 성장을 위해 필요한 우유처럼 수호가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지만 사실 그건 둘이 얼마든지 해결하고 조절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엄마들이었다.
우주는 공부를 잘하고, 수호는 공부를 못하는 것, 반대로 우주는 소심하고 친구가 별로 없고, 수호는 활발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등을 엄마들끼리 자꾸 비교하고 시샘한 것이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 수호는 우주와 비교당하며 제 엄마에게 혼났고, 우주는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에서 수호처럼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제 엄마에게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