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모으는 생쥐
소중애 지음, 이강훈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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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더 빠르다. 하루종일 이리저리 종종대다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20대에 보낸 허송세월을 지금 끌어다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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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시간을 모으는 생쥐,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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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효심 지극한 생쥐 한 마리가 있다. 사람들이 떠난 방에서 빨간 스웨터를 안식처 삼아 살아가던 두 사람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깊은 밤 쉬이 잠들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할머니는 자신의 시간이 다 되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강아지처럼 망망하고 짖는 생쥐는 이대로 할머니를 떠나 보낼 수 없어 시간 자루를 움켜쥐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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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만난 아이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웅이였다. 새로 생긴 한우 갈빗집에 가기 위해서는 독서 토론 교실에서 내준 책 읽기 숙제를 끝내야 한다. 웅이는 책을 읽는 지루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갈비를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망망이는 웅이도 돕고 할머니를 살리기 위한 세 시간을 수첩에 적는다. 다음으로 지긋지긋한 연습생의 시간 1년, 못 말리는 쌍둥이를 키우느라 하루하루 늙어가는 어느 엄마의 20년, 텃밭 농사에 지친 어느 가족의 10일도 수첩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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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고치에서 날개를 천천히 꺼내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아주아주 천천히 꺼내면서 젖은 날개를 말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날개 끝까지 힘이 골고루 가고 그래야 건강하게 날아다니며 꿀을 따고 꽃들과 놀 수 있습니다.

시간을 모으는 생쥐,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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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이사와 직접 농사지은 싱싱한 채소를 곁들인 고기 파티를 하는 가람이네 가족. 망망이는 그 주위를 맴돌며 떨어진 고기를 주워먹던 중 호랑나비의 울먹임을 듣게 된다. 오랫동안 고치에서 참고 견딘 호랑나비가 드디어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 천천히 날개를 꺼내는데 가람이가 다가왔다. 가만히 구경을 하던 가람이는 갑자기 호랑나비의 날개 한 쪽을 제 멋대로 고치에서 꺼냈다. 가람이의 필요 없는 도움 덕분에 호랑나비의 오른쪽 날개는 꽃처럼 활짝 핀 왼쪽 날개와 짝이 맞지 않게 됐다. 이 날만을 기다렸던 호랑나비는 평생 날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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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생쥐 대모' 할머니를 만나게 된 망망이는 나비가 고치에서 재탄생을 하는 것처럼 어려운 시간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잘 지내면 좋은 추억이 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그리고 생쥐 대모 할머니가 짊어지고 다니기에 편하게 손 봐준 시간 자루를 매고 다시 길을 떠난다.

책을 안 읽고 가서 토론 시간에 한 마디도 못한 채 비웃음거리가 됐던 웅이의 세 시간을 돌려주었다. 연습 부족으로 무대 위에서 실수를 거듭하던 연습생 누나의 1년, 꽃이 피자마자 져 버리고, 나비가 되자마자 늙게 만들어 버린 자연의 시간 10일도 돌려 놓았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20년의 시간이 사라져 아이들과의 중간 추억을 잃어버린 쌍둥이 엄마의 시간도 제자리에 돌려두었다. 제 할 일을 끝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던 망망이는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로 75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사랑하는 이의 곁을 떠난 김라우라는 어린이 앞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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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지켜 본 망망이는 시간을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자신의 재주가 과연 올바른 일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 자루가 시간 욕심 많은 자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할머니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휘영청 달 밝은 어느 밤. 망망이는 시간 자루를 메고 밖으로 나가 깊은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자신에게, 세상에게 다음과 같이 외치며 흙을 더 깊게 판 뒤 시간 자루를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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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간은 오롯이 그들 자신이 누려야 해.'

시간을 모으는 생쥐,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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