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교실에서 배우는 똑똑한 대화력 ㅣ 슬기로운 학교생활
다무라 지로 지음, 권이강 옮김 / 생각학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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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춘기 눈빛을 장착한 첫째를 위해 고른 책이었다. 하지만 둘째가 보자마자 "이건 내 꺼!"하며 마음에 들어했다. 이유를 추측해 건데, 먼저 만화가 나온다. 말 끝마다 뮤뮤거리는 '까뮤'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고, 책이 그리 두껍지 않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마음을 가볍게 하고, 결국에는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라 하는 가르침이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표지의 제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만 했다. <사춘기 교실에서 배우는 똑똑한 대화력>. 분명 십대를 위한 책이었지만, 40대인 나의 인간 관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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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해 버리면 '일이 꼬이는 건 그 녀석 탓이야!'하고 화가 나겠지? 그런 기분으로 얘길 하면 서로를 비난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 못 한다뮤.

사춘기 교실에서 배우는 똑똑한 대화력,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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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했던가. 이 책 역시 사춘기 구간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람'과 '문제'를 나눠서 생각하라고 말한다. 당장 직면한 문제보다 그 일에 연관된 사람에 대한 미움으로 감정 소비를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흔히 어떤 문제가 생기면 '결론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흑이냐 백이냐, 이 쪽이냐 저 쪽이냐. 할 거냐 말 거냐하는 식이다. 어떨 때는 누군가 하나는 포기를 해야만 매듭이 지어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인 것처럼 이 세상에는 다양한 해결 방법이 존재한다. 이를 찾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상대의 '입장'과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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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하는 요구가 '입장', 그 입장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속내'. 이 속내를 서로 이해했을 때 둘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뮤.

사춘기 교실에서 배우는 똑똑한 대화력,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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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마음 속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지 않는다. 상대의 섣부른 판단을 차단하기 위해 나 스스로 검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속내'는 숨긴 채 '입장'만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오렌지를 두고 다투는 자매의 일화를 통해 이를 좀 더 쉽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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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매가 오렌지 하나를 두고 서로 가지려고 다투고 있다. 부모가 공평하게 반씩 나눠 가지라고 타일러도, 자매는 무조건 혼자 다 가지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런데 몇 분 후, 놀랍게도 두 사람은 아주 만족스럽게 오렌지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누군가 마법을 부려 하나의 오렌지를 두 개로 만들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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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 반씩 나눠 갖는 것도 수용하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언니가 갖고, 다음에는 동생이 가지는 식으로 서로 양보를 하자는 가르침이 가닿을 리가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자매에게는 각각 다른 속내가 있었다. 언니는 오렌지 과육을 먹고 싶었고, 동생은 오렌지 껍질로 마멀레이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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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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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속내를 알게 된 자매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했을 때는 팽팽하게 대립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문제가 속내를 드러내니 보니 문제도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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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광고에서 이렇게 노래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만 바라다가, 눈빛만 보아도 알아주기만 바라다가 큰 코 다쳐본 사람은 안다. 그건 환상이라는 것을. <사춘기 교실에서 배우는 똑똑한 대화력>을 통해 사춘기 아이에게 가르침을 전해주려다 내가 교화된 기분이다. 사춘기 뿐 아니라 갱년기에도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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