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마음 속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지 않는다. 상대의 섣부른 판단을 차단하기 위해 나 스스로 검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속내'는 숨긴 채 '입장'만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오렌지를 두고 다투는 자매의 일화를 통해 이를 좀 더 쉽게 풀어간다.
한 자매가 오렌지 하나를 두고 서로 가지려고 다투고 있다. 부모가 공평하게 반씩 나눠 가지라고 타일러도, 자매는 무조건 혼자 다 가지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런데 몇 분 후, 놀랍게도 두 사람은 아주 만족스럽게 오렌지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누군가 마법을 부려 하나의 오렌지를 두 개로 만들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 반씩 나눠 갖는 것도 수용하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언니가 갖고, 다음에는 동생이 가지는 식으로 서로 양보를 하자는 가르침이 가닿을 리가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자매에게는 각각 다른 속내가 있었다. 언니는 오렌지 과육을 먹고 싶었고, 동생은 오렌지 껍질로 마멀레이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진즉 얘기하지!
서로의 속내를 알게 된 자매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했을 때는 팽팽하게 대립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문제가 속내를 드러내니 보니 문제도 아니었던 것이다.
오래 전 어느 광고에서 이렇게 노래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만 바라다가, 눈빛만 보아도 알아주기만 바라다가 큰 코 다쳐본 사람은 안다. 그건 환상이라는 것을. <사춘기 교실에서 배우는 똑똑한 대화력>을 통해 사춘기 아이에게 가르침을 전해주려다 내가 교화된 기분이다. 사춘기 뿐 아니라 갱년기에도 배워야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