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만 잘 키우고 싶습니다
정민경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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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보면 '흔들리다'는 나의 의지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에 의해 흔들림을 당하는 것이다. 엄마가 되기 전 나를 흔든 것을 총체적으로 말한다면 인간 관계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 상사와 동료 같은 사람들 말이다. 엄마가 된 후 나를 뒤흔들고 있는 것 역시 당연하게도 인간 관계다. 남편, 시댁, 그리고 내가 낳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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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야 부모의 무게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도 합니다. 저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더라도요. 가치관, 태도, 말투가 아이에게 고스란히 스며드는 것을 보며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흔들리지만 잘 키우고 싶습니다,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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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중학교 교사인 저자에게도 '엄마'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낯설고 어색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질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나 역시 겁도 없이 엄마가 된 이후 아이의 부족한 모습을 맞닥뜨리면 내가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 같아 자책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해했다. 어느 날에는 사람도 건강도 잃어 가며 오직 아이만 보고 달리는 내 인생에 숨이 차고 버겁게 느껴졌다.

저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마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말 속의 당연함은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 집에서는 엄마로 고군분투했음에도 '완벽한 엄마'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이의 작은 실패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는 사라졌고,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꾸 아이의 영역에 침범했다. 그 과도한 책임감이 아이와 엄마에게 얼마나 독이 되는지 너무 잘 알고, 나쁘게 흘려가는 상황을 많이 봐 왔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다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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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 안전 로프가 생각난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누르는 무게를 이겨내야 했어요. 비장한 책임감으로 아이를 꼭대기까지 끌고 가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요. 미끄러지고 다시 내딛고, 내려왔다 다른 쪽으로 시도해 보는 몫은 아이가 하도록 내버려 두면 되더라고요. 믿음으로 응원하고 힘들 때는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일어설 수 있게 지지해 주고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며, 넘어져도 다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안전 로프가 되고 싶습니다.

흔들리지만 잘 키우고 싶습니다,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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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두 발에 온 힘을 다해 꿋꿋하게 서 있으려 해도 이 쪽으로 저 쪽으로 휘청대며 흔들리던 저자를 일깨운 건 아이들과 함께했던 직업 체험이었다.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타고 오르며 꼭대기의 종을 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던 저자의 아들이 도전 의식을 불태운 것이다. 강사의 도움을 받아 안전모와 안전 로프를 착용한 아이는 두 번 세 번 확인한 후에 두 손을 뻗어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 높은 곳을 무서워하던 아이였기에 단번에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저자는 그저 최선을 다해 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아이는 온 정신을 한 데 모아 저만의 속도로 오르고 올랐다. 주위를 충분히 살피고 발 디딜 곳을 찾았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도 하며 한 발씩 한 발씩 정상을 향해 갔다. 그러더니 마침내 커다란 종을 치며 미소 지어 보였다. 그 작은 성공은 저자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굳이 엄마가 아이의 손을 꽉 붙들고 끝까지 함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엄마는 엄마의 자리에서, 아이는 아이의 자리에서 각자 자신의 몫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였다.

이후 저자는 엄마인 자신의 성장에도 힘을 쏟는다. 독서를 기본으로 급변하는 세상에 뛰어들어 본다. 작은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우선으로 여긴다. 먼 훗날, 성인이 된 아이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십수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엄마가 아닌 함께 성장해 온 엄마이길 바라면서. 나도 아이들에게 늘 힘주어 말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한 팀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희생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비장해지지 말고 조금은 가볍게,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흔들리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특권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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