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끼니도 거르며 초안을 작성해서 보내면 손석희 앵커가 최종 원고를 작성해서 답신한다. 950회 동안 '보냈다'보다 '고쳤다'가 많았고 '고쳤다'보다는 '다 고쳤다'가 더 많았다고 한다. 다 큰 작가를 앉혀놓고 하나하나 가르쳐줄 여유 따위는 기대할 수 없는 생방송 현장이었기에 왜 고쳤는지 주의 깊게 살펴 보라는 공자님 같은 손석희 앵커의 말에 저자의 자존심은 끝없이 추락한다. 원망, 짜증, 미움, 증오, 좌절, 야속함. 그 어떤 감정으로도 대표될 수 없는, 온 세상 부정적인 마음이 죄다 모인 잡탕같은 심정. 이를 모를 리 없는 손석희 앵커는 냉정했고, 단호했다. 곰곰이 씹어보면 틀린 지적이 아니었기에 더욱 서러웠으리라. 이런 서운함이 쌓이고 쌓여 지질함의 정점을 찍는 날에는 그와 마주 앉아 밥도 먹기 싫은 지경이 되어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도시락에 분풀이를 했단다.
하지만 저자의 자존감이 길바닥 껌딱지처럼 찰싹 내려앉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