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 어차피 살 거라면, 개정증보판
이근후 지음 / 메이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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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於此彼

부사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또는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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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차피'라는 말의 뉘앙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엄마가 된 후로는 더욱 그렇다. 할 일을 미루고 대충하다 일이 더 커진 후에 하는 아이들의 '어차피 타령'은 참고 기다렸던 나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때로 '어차피'는 포기나 체념이 아닌 수용과 재건의 의지를 담을 수도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이것 또한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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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가족 나들이가 나에겐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가끔 팔각정을 지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젊은 부모를 볼 때, 아이들과 공을 차는 아버지를 볼 때, 이제는 장성한 내 아이들이 손주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거북이 마라톤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한 때가 잊히지 않기를, 가능한 한 그런 기억을 많이 만들며 살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게 된다. 작지만 아름다운 추억들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진정으로 빛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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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이들과 개그콘서트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공연 시작 시간이 다 되도록 아이들은 준비는커녕 작디작은 레고 조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보통 둘 사이의 다툼이 있을 때 알아서 해결하라고 두는 편이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참고 참았던만큼 불같이 화를 내며, 공연에 가지 말자고, 늦게 들어가서 다른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계속 이런 식이면 다시는 공연 예약을 하지 않겠다고 온갖 협박을 퍼부었다. 터져버린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위험한 운전을 해서야 겨우 공연장에 들어간 그날, 아이들과 나는 참 많이도 웃었다. 사람이 사람을 웃긴다는 것은 참 신성한 일이다. 하하호호 깔깔낄낄 한참을 배꼽을 잡고 웃다 보니 공연이 막을 내렸다. 너무도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개그 공연에서의 몇몇 장면을 흉내내며 여운을 이어갔다. 아이들에게 그날은 어떤 추억으로 남았을까. 부디 공연 전의 괴물같은 내 모습은 말끔히 잊고 한바탕 웃었던 시간만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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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 역시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3대가 한 건물에 살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모습은 꽤나 바람직해 보였다. 그 책을 읽은 저자들이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한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게 사시나요?"

그의 대답은 이렇다.

"내가 언제 재미있게 살았다고 했나요?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지."

아흔의 저자는 아직도 노력중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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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넘긴 나의 인생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미있었나. 지금 사는 게 재미있나. 물론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재미나 행복같은 것은 순간이라는 것을. 어떤 것도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기에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현실에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 수 밖에 없다고 자위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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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의 첫 장을 넘길 때와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난 후에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달라질 뿐이다. 앞서 가고 있는 저자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이제 바꿀 수 없는 것보다 바꿀 수 있는 일이 더 집중할 것이며, 멈춰야 할 때 멈추는 법을 연습할 것이다. 몸의 아픔은 품격 있게 표현할 것이며 자식에게는 좀 더 무심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쨌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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