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제목만으로도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바로 이 귀여운 책 <이제 막 스케치를 시작했을 뿐이야!>처럼. 저자가 기억하는 첫 번째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 매일 천사 같은 아이들과 함께할 날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러다 "정혜는 커서 화가 하면 되겠다"는 말을 종종 듣고부터는 어깨가 으쓱해지고 심장이 두근두근 콩콩 뛰었다. 화가를 꿈꾸던 일곱 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초등학교 일 학년 되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공주님같은 언니의 모습에 반해 언니와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된다. 하지만 저자의 세 번째 꿈은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 자신의 수업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운명적으로 만난 어린이 만화 잡지 <보물섬>. 저자는 단순한 호기심에 그 책을 꺼내 펼치자마자 단숨에 만화 속 세상으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부지런히 피아노 학원을 다녔지만 그녀의 피아노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대신 빛바랜 노란 장판이 깔린 학원 바닥에서 색칠 공부 놀이를 하고, 만화책을 보며 그녀의 세 번째 꿈을 키워갔다.
그녀의 꿈 찾기는 만화가에서 멈추지 않았다. 열 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이 태어난 후, 만화 영화 속 성우들을 따라 하며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아마 성우가 될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동생에게 읽어줄 책을 찾느라 도서관에 갈 때면 책에 빠져 밥 시간이 지나도 배고픈 줄도 몰랐다. 좋아하는 책들 사이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서 선생님은 얼마나 행복할까?
네 번째 꿈 성우, 다섯 번째 꿈 사서를 지나 중학생이 된 저자는 손재주가 좋았다. 학교 앞 문방구를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들르며 새로 나온 편지지를 구경하며 사 모으는 재미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직접 편지지와 봉투를 디자인하고, 친구들이 부탁한 편지지를 만들어 주며 즐거운 취미 생활을 이어갔다. 그녀의 사 모은 편지지 한 귀퉁이에 적힌 '바른손,' 날고 싶은 자작나무', '모닝 글로리' 같은 문구 회사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여섯 번째 꿈의 직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