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상점 1 - 귀하고 신기한 물건을 파는 지하 37층 ㅣ 귀신상점 1
임정순 지음, 다해빗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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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37. 이 세상에 존재할까 의심스러운 지하 37층의 세계를 만나게 된 세 아이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말발 별로, 인물 별로, 운동 별로, 머리 회전 별로'인 구단우다. 단우는 올해 반드시 학급 회장이 되어야 했다. 유치원 때부터 서로의 미래를 약속했던 공미미와 리더십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의 고등학교에서까지 한 번도 회장을 놓치지 않은 사촌 형에게서 얻어낸 특급 비밀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회장 선거 결과 단우의 표는 딱 한 표였던 걸 보면 말이다. 단우는 자신을 뽑았으니, 그러면 완전 빵 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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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찾는 물건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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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신기한 물건을 파는 지하 37층 귀신 상점. 그 곳의 주인은 여신처럼 아름다운 명진 아씨였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로운 검푸른 눈동자는 마주치기만 해도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긴 머리는 반으로 묶고 옷은 천상의 천으로 만든 것처럼 하늘거리고 가벼워 보였다. 옷을 장식한 무늬는 은색 가위와 삼색 실, 꽃씨와 은 씨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삼색 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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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느낌은!"

회색빛 같던 단우 마음이 무지개를 드리운 듯 환해졌다.

"안경, 완전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든다니 고맙네요.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안경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안경이 경고한다고요? 킥킥킥,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귀신 상점 1,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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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홀린 듯 상점 한 쪽으로 이끌려 간 단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안경이었다. 영롱한 빛을 내는 안경을 보는 순간 단우는 이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임을 확신했다. 이름하여 '인싸 여우눈알안경'.

효과는 빠르고 확실했다. 친구들은 단우와 함께 놀고 싶어했다. 박치에다 음치인 단우는 코인노래방에서 박자와 음정 모두 엉망진창인 채 노래를 불러도 같이 춤을 추고 요란하게 박수를 쳐 주었다. 다음 날부터는 단우가 교실에 들어서기만 해도 앞다투어 단우를 반기고 인사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체육 시간에는 피구를 못해서 팀에 끼워주지도 않았던 단우를 서로 자기 편으로 데려가려고 난리였다. 그때였다. 처음 느껴보는 인기에 취해 친구들에게 막말을 하던 단우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뭔가 뾰족한 것에 찔린 것처럼 얼굴이 따끔했다. 안경이 의심스러워 벗어서 살펴 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단우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코가 간질간질했다. 뭔가 싶어 만져 보니 까끌까끌했다. 화들짝 놀라 거울을 보니 세상에, 얼굴 곳곳에 털이 숭숭 올라오고, 콧잔등이 까맣게 변하더니 뾰족하게 솟아나는 게 아닌가. 게다가 눈꼬리가 올라가고 입도 옆으로 쭉 벌어지더니 뾰족한 어금니까지 솟아나려 했다. 영락없는 여우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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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안경의 경고를 깨달은 단우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제껏 했던 나쁜 말들을 모두 주워 담고 싶었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동글동글 흘러내린 단우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방울방울 뭉쳐 푸른 구슬로 변했다. 그때 목요가 나타났다. 눈이 하나인데 말과 고양이를 합쳐 놓은 듯하고 몸에 털이 없어 매끈한 목요는 푸른 구슬 하나를 입에 물고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단우를 가엾게 바라봤다. 처음 누려보는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단우를 보니, 인어 아가씨에게 고백했다 차이고 속상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목요는 그 슬픔을 지나치지 못하고 주머니 속에 있는 사탕 하나를 슬쩍 단우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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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에게서 단우의 눈물로 만들어진 푸른 구슬을 건네 받은 명진 아씨는 가게 뒷문으로 나가 드넓은 꽃밭으로 갔다. 거기에 축 늘어져 있던 푸른 꽃 아래 고이 들고 온 푸른 구슬을 거름으로 주고 정성스럽게 꾹꾹 눌렀다. 그러자 푸른 꽃이 다시 싱싱하게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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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때가 되면 직원이 받으러 갈 겁니다."

귀신 상점 1,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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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춤추는 것과 먹는 것 빼면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고동찬에게는 귀신 상점의 '춤추는 빨간 양말'이 쥐어진다. 바지 고무줄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뱃살, 손으로 움켜쥐면 한 덩어리가 되는 살이 창피해서 춤추는 것도 그만 두고, 먹는 것도 그만두려 했던 동찬. 하지만 목요와 명진 아씨를 만나고, 춤추는 빨간 양말을 신는 순간 갑자기 다리가 흔들흔들 어깨가 들썩들썩 온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몸의 움직임에 자신을 맡기고 신나게 춤을 추다 보니 배짱도 두둑해지고 자신감도 솟구쳤다. 춤을 출수록 동찬이의 가슴 속에 박혔던 악성 댓글들이 하나씩 빠져나갔다. 마치 춤 속으로 빠져들어간 듯 보이는 동찬이를 보던 목요마저 팔다리가 엇박이 되어도 뻣뻣한 온 몸을 마구 흔들었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춤을 추던 동찬이에게서 받은 노란 구슬은 또 한 송이의 꽃을 싱그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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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귀신 상점에 들른 아이는 피오였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던 피오는 귀신 상점에서 받아온 '용비닐 파우치 필통'을 통해 돈 많은 백수가 아닌 '화가'라는 꿈의 싹을 틔운다. 그 싹은 연두색 구슬이 되어 시들어가던 꽃의 거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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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떠난 귀신 상점의 이른 아침.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꽃밭의 침입자'가 나타난다. 목요가 뒤쫓다가 놓친 침입자가 '미스터햄'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명진 아씨의 얼굴에는 어둠의 그늘이 드리워진다. 지하 37층에 있는 아름다운 꽃을 찾으러 왔다는 이 꽃미남 침입자의 정체는 귀신 상점 2권에서 확인할 수 있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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