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홀린 듯 상점 한 쪽으로 이끌려 간 단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안경이었다. 영롱한 빛을 내는 안경을 보는 순간 단우는 이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임을 확신했다. 이름하여 '인싸 여우눈알안경'.
효과는 빠르고 확실했다. 친구들은 단우와 함께 놀고 싶어했다. 박치에다 음치인 단우는 코인노래방에서 박자와 음정 모두 엉망진창인 채 노래를 불러도 같이 춤을 추고 요란하게 박수를 쳐 주었다. 다음 날부터는 단우가 교실에 들어서기만 해도 앞다투어 단우를 반기고 인사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체육 시간에는 피구를 못해서 팀에 끼워주지도 않았던 단우를 서로 자기 편으로 데려가려고 난리였다. 그때였다. 처음 느껴보는 인기에 취해 친구들에게 막말을 하던 단우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뭔가 뾰족한 것에 찔린 것처럼 얼굴이 따끔했다. 안경이 의심스러워 벗어서 살펴 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단우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코가 간질간질했다. 뭔가 싶어 만져 보니 까끌까끌했다. 화들짝 놀라 거울을 보니 세상에, 얼굴 곳곳에 털이 숭숭 올라오고, 콧잔등이 까맣게 변하더니 뾰족하게 솟아나는 게 아닌가. 게다가 눈꼬리가 올라가고 입도 옆으로 쭉 벌어지더니 뾰족한 어금니까지 솟아나려 했다. 영락없는 여우의 모습이었다.
뒤늦게 안경의 경고를 깨달은 단우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제껏 했던 나쁜 말들을 모두 주워 담고 싶었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동글동글 흘러내린 단우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방울방울 뭉쳐 푸른 구슬로 변했다. 그때 목요가 나타났다. 눈이 하나인데 말과 고양이를 합쳐 놓은 듯하고 몸에 털이 없어 매끈한 목요는 푸른 구슬 하나를 입에 물고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단우를 가엾게 바라봤다. 처음 누려보는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단우를 보니, 인어 아가씨에게 고백했다 차이고 속상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목요는 그 슬픔을 지나치지 못하고 주머니 속에 있는 사탕 하나를 슬쩍 단우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목요에게서 단우의 눈물로 만들어진 푸른 구슬을 건네 받은 명진 아씨는 가게 뒷문으로 나가 드넓은 꽃밭으로 갔다. 거기에 축 늘어져 있던 푸른 꽃 아래 고이 들고 온 푸른 구슬을 거름으로 주고 정성스럽게 꾹꾹 눌렀다. 그러자 푸른 꽃이 다시 싱싱하게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