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의 길고 유연한 가지는 선사시대부터 인류를 이롭게 했다. 쉽게 휘어져서 어망이나 바구니처럼 다양한 모양의 생필품을 만들어 사용했다. 가축을 가두는 울타리와 인간이 살 집도 지었고, 크리켓 경기에서 사용되는 배트를 만들기도 했다. 뭐니뭐니해도 버드나무의 가장 혁신적인 활용은 수액에서 발견한 성분을 합성해서 만든 아스피린이다. 나무로 약을 만들었다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버드나무 껍질에서는 씁쓸한 수액이 잔뜩 나온다고 한다. 이 수액에는 통증을 줄이고 열을 내리는 살리신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프랑스의 앙리 르루는 살리신을 결정체 형태로 분리한 뒤 1874년 헤르만 콜베가 살리신 합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살리신을 과다 복용하면 구토와 혼수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얼마 후 펠릭스 호프만이 소화 장애를 덜 일으키면서 류머티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이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성분을 이용해 염료 회사이자 제약 회사인 바이엘이 아스피린이라는 약을 만들어 판매했다. 파라세타몰, 이부프로펜이 나오기 전까지 아스피린은 세계 최고의 진통제였다. 오늘날에는 심장 마비와 뇌졸중 예방에도 활용되며, 아스피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낸 연구자들은 1982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사실, 어느 여름날 두 세명이 손을 이어잡아야만 껴안을 수 있을만큼 커다란 버드나무를 보며 아스피린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이 나무는 2세기부터 18세기까지 실크로드를 통해 다른 여러 교역품들과 함께 유럽으로 전해졌고, 곧 유럽에서 중요한 나무가 되었다. 18세기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지금의 튀르키예를 여행하던 중, 수양버들의 매력에 빠져 서펄 부인에게 무화과를 담은 바구니를 보내며 살아 있는 수양 버들 나뭇가지를 달라고 애걸했다고 전해진다. 어렵게 얻어낸 나뭇가지를 런던 남서부 트위크넘의 템스강 변에 있는 자신의 집에 심었다. 그렇다면 현재 유럽에 있는 수많은 수양 버들은 알렉산더가 고이 모셔온 나뭇가지의 후손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