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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꼭 봐야 할 100편의 영화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10월
평점 :
절판

'100'이라는 숫자는 묘하고도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인간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도전 의식을 불태운다. 체중 감량을 하겠다거나 담배를 끊겠다, 심지어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소 버거운 어쩌면 불가능한 일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초등학생 때 꼭 봐야 할 100편의 영화' 역시 그렇다. 100편의 영화를 보긴 하는데 초등학생일 때 봐야한다. 첫째 아이에게는 2년이, 둘째 아이에게는 4년이 남았다. 임무 완수를 다짐하는 아이들의 눈빛에 좀처럼 볼 수 없는 투지가 가득하다. 그래, 뭐라도 하겠다니 다행이다.
아이들과 모여 앉아 일단 차례에 나와 있는 100편의 영화 목록을 훑어보았다. 이미 본 영화도 있고, 보고 싶었던 영화도 있고, 이름도 못 들어본 것도 꽤 있다. 아이들이 고른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리얼 스틸'이고, 내가 고른 것은 '마녀 배달부 키키'다.

먼저 리얼 스틸에는 로봇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또래의 남자 아이가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판타지는 시작되었다. 이 영화의 주연은 아이들에게는 울버린으로 더 유명한 휴 잭맨이다. 전직 복서인 찰리로 나오는 그는 낡은 로봇을 조종하며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며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만난 아들 맥스와 티격태격하던 중 고물상에서 '아톰'이라는 구식 로봇을 발견하게 된다. 찰리는 아들과 함께 아톰을 훈련시켜 로봇 복싱 대회에 참가하고자 한다. 그 여정은 쉬울 리 없고, 만만하지도 않다. 하지만 피를 나눈 부자와 로봇이 함께하는 동안 그들 사이에 끈끈한 사랑과 우정이 차곡차곡 쌓인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바빴다. 영화 보랴 아이들 보랴. 아이들과 영화를 보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에서 아이들을 보게 된다. 때론 놀라거나 신나거나 슬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간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로봇이든 사람이든 아이들 인생에서 긴밀한 상호 작용을 하며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녀 배달부 키키는 2007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그 이름도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로 특유의 그림과 아름다운 음악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과 설렘을 안겨준다. 영화는 열 세살이 된 마녀 키키의 독립과 함께 시작한다. 열 세 살에 마법 빗자루를 타고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는 키키. 부모님과 지인들은 걱정보다는 응원의 마음으로 키키를 배웅한다. 씩씩한 키키 역시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낯선 세상을 향해 날아간다.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아이들에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 혼났다. 아무런 목적 없이 처음 보는 너희에게 무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야 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강력한 경고를 주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었다. 한 편으로는 키키와 그의 친구들을 보며 어쩌면 내가 만난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라는 마법같은 모험심이 꿈틀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머지 않아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비행을 떠날 때 오랫동안 온기가 남아 있을 정도로 꽉 안아주고, 응원단처럼 폴짝폴짝 뛰며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야겠다고.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커다란 영화 선물 세트를 껴안고 하나씩 하나씩 골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각 영화 소개마다 영화 감상문이 될만한 질문이 5개씩 짝궁처럼 붙어있다.
예를 들면 마녀인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 만약 우리도 마법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마법을 갖고 싶은지 묻는다.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무엇이든 때려 부술 수 있는 초인적인 힘 등등 아이들의 욕구를 알 수 있는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의 후반부 키키는 어느 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능력이 약해지고 만다. 아이들과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고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키키는 주저앉아 울기보다 도전, 도전, 도전을 거듭했다. 넘어지고 굴러 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빗자루에 올라탔다. 마법이 없어진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대신 훈련에 집중한다. 그 모습은 마흔이 넘은 나의 마음에도 큰 물결을 일으켰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누군가나 상황을 원망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남은 힘을 쏟는 편이 낫다는 깨달음이었다. 아이들 역시 계속되는 위기와 좌절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키키를 응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마음에도 작은 희망이 싹 텄으리라 믿는다. 100편의 영화를 향햔 도전이 계속되는 동안 아이들도 나도 얼마나 자라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