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 -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ㅣ 봄소풍 보물찾기 4
리처드 펙 지음,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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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을 타고>라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여름방학을 맞은 한 소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에게 맡겨진다. 소년은 큰 교류가 없었던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숲 속에서, 강가에서 자신만의 여름을 만들어간다. 그러는 동안 할머니의 어린 시절에 친구가 돼 줬던 뗏목과 동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할머니와의 거리를 좁혀간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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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아너상 마크,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의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 날들' 역시 그런 부류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딱 다섯 장을 넘긴 뒤 단단히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할머니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아."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 날들,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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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좀 남다르다. 일단 거짓말을 거침없이 잘한다. 거짓말이 탄로났을 때는 사과나 반성은 커녕 아주 뻔뻔한 태도로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은 물론이고, 범법 행위를 하고도 보안관 앞에서 절대 쪼는 기색이 없다. 특히 '파란 리본' 사건에서는 이 사회에서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조차 기가 막히고 황당했다. 파이 대회에서 1등을 해 '파란 리본'을 받고 싶었던 할머니의 앞에 강력한 경쟁 상대가 나타난다. 이에 할머니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1등을 따내려고 한다. 바로 경쟁자의 파이와 할머니의 파이를 아무도 모르게 바꿔치기한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경쟁 상대는 할머니가 바꿔준 파이 덕분에 파란 리본의 주인공이 된다. 이번에도 할머니는 아주 쿨하게 자신이 "바꿨다."며 파란 리본 소동을 먼지 털어내듯 툭툭 털어내고 만다.

이런 할머니와 여름을 보내던 11살 소년은 정정당당한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이듦과 철이 드는 것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이 할머니의 입장에서 아들 딸을 잘 키워 손자, 손녀까지 본 마당에 세상의 시선이 뭐 그리 중요하고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그저 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오늘을 살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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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어디서 끝날지도 모르고.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 날들, 145쪽

모르긴 몰라도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을 때 이 괴팍한 할머니에 대해 떠들어댈 것이다. 그 소문들은 바람을 타고 할머니의 귀까지 도착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알고 있다. 그들은 할머니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할머니 역시 자신에 대해 아직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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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보낸 일곱 번의 여름. 아홉 살, 일곱 살이었던 아이들은 자랐다.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보다는 빠르게.'. 마흔을 넘기고 이 책을 읽은 나는 인생은 꽤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도. 이제 이 책을 아이들에게 넘길 차례다. 읽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를 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을 사는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할머니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과의 책수다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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