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나이에 덜컥 대리청정을 맡게 된 선은 걱정이 태산같았다. 하지만 이내 아버지의 신임을 얻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으며, 백성 모두가 배불리 먹고 헐벗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노라 두 주먹을 불끈 쥐었었다. 하지만 어느 8월 초하루, 영조의 부름을 받고 능행에 따라나섰던 선은 많은 신하와 시종, 시녀들 앞에서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봉변을 당하고 만다. 부끄러움보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다. 결국 심신이 쇠약해져갔고, 영조는 그런 세자를 온양 별궁으로 요양을 보냈다.
"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어나 스물여섯 해 만에 임금의 품을 벗어난 선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후 발길 닿는 곳곳마다 세자의 쾌차를 비는 백성들을 보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여 모두가 골고루 잘 먹고 잘 사는 행복한 나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선을 음해하려는 세력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영조는 나경언이 올린 세자의 허물에 대한 고변서를 근거로 아들 선을 내친다. 영조 세손이자 선의 아들인 산을 위함이라 칭하면서.
선은 죽음의 공포 앞에 벌벌 떨었다. 한여름인데도 마치 한겨울처럼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어머니도, 믿고 의지했던 세자빈도 선을 지켜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