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산문을 가장하고 있고 심오함으로 변장하고 있는듯한 혐의가 느껴지는 데이비드 밴의 장편소설 <고트마운틴> 지극히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성찰은 이 소설의 묘사가 그리 깊지 않고 여트막한 안개속에 가려져 있듯 꽤나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역할을 하곤 있지만 도무지 공감이 안가는 화자의 어투와 톤의 부조화스러움은 작가가 의도한 일관된 감정의 소요를 일으키지도 상상력을 촉발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흙먼지는 자꾸 일어나고 뭔가 계속 생성 변화를 하는것 같은데 그게 라이플 총에 달린 스코프에 먼지가 잔뜩 낀 것일수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과대평가의 혐의가 짙은 작가다 헤밍웨이나 매카시를 떠오르게 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 하긴 좋은 재료로 우려낸 육수와 인공감미료를 섞은 육수를 구분할 미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작가들이 출판사 차원에서 어쩌면 필요할수도 있다
필립 로스의 29번째 장편 소설인 <울분>을 순식간에 읽었다. <모르핀을 맞고> 청년 마커스 매스너의 회상은 한국전쟁의 출발과 함께 시작한다. 1950년대 여전히 전쟁에 참전중인 미국, 뉴저지 뉴워크의 쿠셔 정육점을 꾸리는 유대인 가족의 삶, 가족에서 떠나고 싶은 건실하고 이성적인 청년, 그리고 사춘기 반항과 금욕적인 이성주의가 맞부닥치는 섹스와 여성의 수수께끼, 강력하지만 속내를 알기 힘든 욕망과 감정의 발산, 감정의 혼란과 지방 대학 사회의 풍속도를 따라 효과있는 서술과 아버지-어머니-학생과장 VS. 마커스 로 이어지는 거칠고 혹독한 진실이 담긴 문장들이 속사포처럼 이어진다. 필립 로스의 경험에서 되살리고 싶었던 이야기가 소재가 되었으리라 추측될 뿐, 이 한편의 내러티브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대가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부조리한 운명에 내던져진 한 청년의 이야기라고 한정 짓기에는 다소 난삽하게 보이는 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식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지만, 로스가 겨냥하는 것은 기억 일반에 대한 애착일까? 노년에 다다른 작가의 눈에 비친 과거의 우스꽝스럽고 부조리한 역사의 일부일까? 그때 빼놓고 기술한 것이 못내 아쉬에 추가한 첨언일까? 여러 상념이 든다. 강력한 흡입력과 도저한 문제의식으로 계속 새롭게 문제의식을 반복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소설가적 의지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울분과 분노 격정과 피해의식 사랑의 빗나감과 가족의 굴레 어딘가 로스가 그려놓은 젊음은 방황을 하고 있다. 아직 지금 여기에서도 충분히 관측가능한 유령의 모습들, 소설의 어떤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빅픽쳐>만큼 우울한 내용의 소설사춘기성장물로 시작해 사이코드라마에서 스릴러로 장르를 오가며 흥미를 돋운다 간결한 문장으로 문화 예술적 흥미를 잘 나열한다이기적인 인물들은 타협하지 않고 협상도 거부한체 또 자신과 같은 인물을 만나 스토리를 이어간다 작가가 호모섹슈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