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부모가 읽었으면 하는 책 육아를 위한 보물지도

난생처음 북클럽 - 우리 아이 책과 평생 친구가 되는 법
패멀라 폴.마리아 루소 지음, 김선희 옮김 / 윌북 / 2020년 8월

비록 아이를 키우지도 않고 키울 일도 없겠지만 독서 교육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다. 당장 책 한 권을 읽는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책을 읽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차이는 자명하며 고액 과외를 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 속에 있을거라 생각한다.

<난생처음 북클럽>은 직접 아이를 키우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편집장인 패멀리 폴과 같은 잡지의 어린이 책 편집자인 마리아 루소가 함께 쓴 독서 교육을 위한 바이블같은 책이다. 이 책은 아이를 평생 독자로 만드는 노하우뿐 아니라 0-18세까지 연령별, 독서 수준 별 책을 고르는 법, 습관을 길러주는 법, 유의할 점 등의 친절한 가이드와 추천 도서 목록책 추천을 세심하게 담았다. 0세부터 다루고 있으니 아이가 태어나기 전 부터 미리 준비해 놓고 성인이 될 때까지 두고두고 참고해야 할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부모를 위한 책이지만 나처럼 아이를 키우지 않는 어른이 적용할 만한 유용한 내용들도 적잖이 있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책읽기의 긍정적인 면을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늘 즐겁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어른이던 아이이던 상관없이 독서 습관의 핵심은 책읽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즐거움만큼 큰 동기 부여는 없다.

특히 5부 우리가 사랑하는 책들에서는 주제에 따라 읽기 수준별로 추천책을 소개한다. 웃음을 주는 책,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 가슴 따뜻해지는 책, 가족 이야기, 멋진 우정 이야기, 두려움과 용기, 친절과 공감, 자기 수용과 정체성, 위대한 소년 캐릭터, 역사와 인물 이야기, 과학과 자연, 역사 소설까지 그림책, 챕터북 & 미들 그레이드 도서, YA 도서를 소개하며 특별히 한미화가 추천하는 한국 작가들의 책들도 소개하고 있어 매우 유용하다. 영어가 나름 중요한 미생인지라 발영어 실력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영어 원서 책을 읽는데, 너무 어렵지 않고 일상적인 단어가 많이 나오는 영어덜트 소설을 주로 찾아 읽기 때문에 YA 추천 책들은 모두 메모해 두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내 아이를 독서가로 키우고 싶어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애독가 중 한 사람으로서 모든 부모가 이 책을 읽고 적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 목메고 있으며 책읽기 조차 유희가 아닌 공부의 일부로 치부시키고 마는 한국의 부모님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VOD 시장만큼 출판 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한국 사회가 되면 좋겠다.

평소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식탁 위의 미생물 -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캐서린 하먼 커리지 지음, 신유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7월

건강 보조 식품 보다는 건강한 식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평소의 식습관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라겐과 마그네슘과 루테인은 포기하지 못한다;;) 무튼 이 책의 제목은 [식탁 위의 미생물]이지만 장내 미생물 환경과 음식을 연관 지은 흥미로운 책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진보한 과학 기술로도 볼 수 없지만, 우리 몸 안에는 마이크로마이옴이라 통칭하는 수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체내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대개 우리 몸에 필수적인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은 음식물의 소화 흡수, 호르몬 조절, 면역 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은 장을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비만, 자폐, 알레르기, 우울증의 치료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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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퇴르 이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조상들이 건강한 식습관으로 구축해 놓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다. 저온 살균된 식품, 고탄수화물 식단, 지나친 위생 관리, 항생제 남용 등등. 물론 이런 것들을 통해 일부 감염병을 예방 혹은 치료하기도 했으나, 장내 미생물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건강한 식습관 즉, 장내 미생물을 전달하고, 기존 미생물을 자라게 하는 음식들을 꾸준히 섭취하므로 서서히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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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장 중 1, 2장은 현대에 공격 받는 장내 미생물과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이 장벽일 수 있는데, 저자인 캐서린 하먼 커리지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과학 전문 기자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쉬운 표현과 상세한 주석을 통해 내용을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기록했으니 너무 겁 먹지 말길! 3장 - 8장은 장내 미생물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거트를 비롯한 유제품, 피클, 김치 등 각종 절임 채소와 과일, 막걸리를 비롯한 곡물 발효 음식, 낫또 등의 콩 발효 음식, 하몽이 대표적인 말린 고기 등 세계 각지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적인 발효, 절임 음식들을 소개한다. 1-2장은 지루할 수 있으나 3장 그릭 요거트부터 당장 그리스로 날아가 요거트를 먹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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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장에서 소개하는 절임 음식 중 '김치'를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모태 음식이나 마찬가지인 김치를 이렇게 객관적으로 설명해 놓으니, 참 과학적이고 찬란한 음식 문화 유산이 아닌가! 피클이나 사우어크라우트, 우메부시 등 대부분의 절임 채소는 한 가지 채소를 소금에 절일 뿐이지만, 김치는 소금에 절인 후에 젓갈, 마늘을 비롯한 각종 양념을 넣어 버무릴 뿐 니라, 익히는 시간과 온도, 장소에 따라 발효 정도가 달라진다. 그 의미는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김치를 "발효의 왕" 이라고 표현하는데,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읽다보니 저절로 어깨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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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음식이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유지되고 있는 전통 조리법, 그 나라의 식문화의 역사와 오늘, 그 안에 들어있는 미생물 종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식도락 여행을 하는 기분일뿐 더러 김치를 비롯한 간편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으니 해외 여행 중 먹어봤던 음식들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장내 미생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진보한 과학 기술의 부정적인 면만을 편향되게 이야기 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명제이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음식들도 많이 나오는데, 주석에 설명이 되어 있으나 사진이 함께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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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학자가 아닌 과학 전문 기자가 쓴 교양서이기에 전문적 지식과 비전문적 지식 사이에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평소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복용하며,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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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보는 눈과 귀로 써 내려간 솔직하고 내밀한 음악 일기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클래식 음악가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반드시 타고난 천부적 재능에 피땀 흘린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오를 수 있는 예술적 경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손에 쥔 가느다란 막대 하나로 다양한 악기와 사람과 음악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청중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지휘자는 더욱 그렇다.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곡이라 하더라도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공연과 곡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어떤 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만 보고도 앞뒤 재지 않고 공연으로 달려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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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곡가다.
마치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상케 하는 허세 가득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렇게 단언할수 있는 이유는 진심으로 작곡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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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하는 책의 저자인 히사이시 조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미야자키 하오이의 영화 음악을 대다수 작곡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는 입체적인 음악가이다. 추천인인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베토벤과 가장 닮은 이 시대의 음악가이다.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하는 저자가 공연과 작곡 활동을 하면서 음악, 지휘, 작곡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려 간 ‘음악 일기’ 가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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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연주를 들을 때마다 지휘자가 어떻게 곡을 해석하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나가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수 많은 악기의 소리를 듣고 모아서 하나의 곡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말이다. 히사이시 조가 지휘를 준비하고 공연하며 한 수 많은 고민과 세심한 노력과 현장감 있는 일화 들이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작곡과 지휘를 동시에 하기도 하지만, 고전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아우르는 음악가이기에 할 수 있는 음악에 관한 깊고 총체적인 통찰과 사유가 돋보였다. 음악을 동경하는 청자이자직접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 특별했다. 첫 페이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자주 상연하는 일본 오케스트라가 세계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문구에 당황스러웠지만 반면 일본의 음악계 분위기나 성향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더불어 아직 들어보지 못한 세계 유수의 지휘자, 음반 등을 알게 된 건 또 다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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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쏟아지는 일상 에세이들 속에 스페셜티가 분명한 미지의 동경인이 쓴 에세이는 소중한 선물과 같다.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용감한 고백록

당신의 특별한 우울 -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정신과 의사 린다 개스크는 어린 시절부터 불안과 우울을 주기적으로 경험했고 지난 10년간 약 2년 마다 우울증 재발을 겪었으며 20년 이상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왔다. 이 책은 평생 우울증을 경험한 우울증 치료 의사가 자신의 우울증 치료 과정과 환자들의 치료 일기를 섬세하게 엮어 낸 이야기이다.

▫️내 전문 치료 분야인 우울증은 내가 성인기 내내 시달린 질환이기도 하다. 나는 우울증을 버텨냈고, 무사히 살아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이 책에는 슬프고 절망스러운 일화도 담겨 있지만, 나는 우울증을 버텨냈고, 무사히 살아 있다. 나처럼 살아온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목표다 - p.13

책의 부제를 본 순간 누구나 이러한 의문이 들 것이다. 단순히 신체적 질환이 아니라 정신 질환인 우울증에 걸린 의사가 어떻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 온전하지 못한 정신 상태로 누군가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자신의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남을 치료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임을 밝혀 독자를 안심시켰다. 오히려 우울증을 겪었기에 더 인간적이고 이해를 잘 하는 치료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치료 과정과 환자의 사례들을 엮어 이를 입증해 주었다. 현직 의사가 자신의 아킬레스 건일 수 있는 사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내다니 우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울증에 대한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경험은 매우 독특했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감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신 질환이다. 16개의 챕터에 담긴 사례들처럼 우울증이 찾아오는 원인은 신체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치료 역시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일 수 없다. 환자에게 우울감을 불러 일으킨 원인을 세심하게 찾아 오랜 기간 섬세한 치료가 필요하다. 각 챕터 별로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을 이끌어 내고, 환자가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정신 상태를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치료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울증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삶에 대한 이해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몸소 우울증을 겪고 있기에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내밀하게 진찰하고 치료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생겼다.

10여년 전 우울증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서양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고, 심지어 진단을 받았음에도 사회적으로 고립될까 두려워 질환을 숨기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환자들의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외과적 수술이나 내과적 약물 치료를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에 환자의 치료 의지와 의사에 대한 신뢰, 주변의 도움이 치료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는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에 따라 주변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린다의 조언이 담겨 있다. 이러한 조언은 꼭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지금 내 옆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우울감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우울감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단편 소설 버전

하얀 까마귀 ㅣ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3
박지안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 3권인 하얀까마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몰입도 최고의 단편이었다. 하니, 신소율이 출연하고 장철수 감독이 연출한 <하얀 까마귀>의 원작 소설이다.

스타 게임 BJ 주노가 방송 복귀를 위해 출연한 신작 게임 시연 생방송 중 게임 속에서 십 대 시절 트라우마를 가상 현실로 만나면서 가상 세계에 갇히는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결국 과거는 극복되지 못하고 거짓된 삶은 삶을 망쳐 버리고 만다.

가상 현실 게임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이 답답한 여름을 시원하게 해 줄 SF 스릴러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