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특별한 우울 -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과 의사 린다 개스크는 어린 시절부터 불안과 우울을 주기적으로 경험했고 지난 10년간 약 2년 마다 우울증 재발을 겪었으며 20년 이상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왔다. 이 책은 평생 우울증을 경험한 우울증 치료 의사가 자신의 우울증 치료 과정과 환자들의 치료 일기를 섬세하게 엮어 낸 이야기이다.

▫️내 전문 치료 분야인 우울증은 내가 성인기 내내 시달린 질환이기도 하다. 나는 우울증을 버텨냈고, 무사히 살아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이 책에는 슬프고 절망스러운 일화도 담겨 있지만, 나는 우울증을 버텨냈고, 무사히 살아 있다. 나처럼 살아온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목표다 - p.13

책의 부제를 본 순간 누구나 이러한 의문이 들 것이다. 단순히 신체적 질환이 아니라 정신 질환인 우울증에 걸린 의사가 어떻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 온전하지 못한 정신 상태로 누군가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자신의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남을 치료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일임을 밝혀 독자를 안심시켰다. 오히려 우울증을 겪었기에 더 인간적이고 이해를 잘 하는 치료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치료 과정과 환자의 사례들을 엮어 이를 입증해 주었다. 현직 의사가 자신의 아킬레스 건일 수 있는 사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내다니 우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울증에 대한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경험은 매우 독특했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한 감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신 질환이다. 16개의 챕터에 담긴 사례들처럼 우울증이 찾아오는 원인은 신체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치료 역시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일 수 없다. 환자에게 우울감을 불러 일으킨 원인을 세심하게 찾아 오랜 기간 섬세한 치료가 필요하다. 각 챕터 별로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을 이끌어 내고, 환자가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정신 상태를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치료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울증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삶에 대한 이해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몸소 우울증을 겪고 있기에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내밀하게 진찰하고 치료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생겼다.

10여년 전 우울증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서양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고, 심지어 진단을 받았음에도 사회적으로 고립될까 두려워 질환을 숨기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환자들의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외과적 수술이나 내과적 약물 치료를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에 환자의 치료 의지와 의사에 대한 신뢰, 주변의 도움이 치료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는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에 따라 주변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린다의 조언이 담겨 있다. 이러한 조언은 꼭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지금 내 옆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우울감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우울감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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