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병원 소아 응급실을 지배하는 폭군, 차수혁. 환자를 제외한 모든 것에 까칠한 그는 자신의 기준으로 움직이는 마이웨이 스타일이다. 미국 가정에서 자란 한국인 입양아로 그에게 모국에 대한 향수라던가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 따위는 없다. 다만 한국에 왔으니 친부모가 누구인지는 알고 싶었다. 그래서 흥신소를 통해 친부모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2년 뒤에는 미국으로 돌아가니 가족과의 눈물겨운 상봉을 꿈꾸는 건 아니다.
현재의 그를 괴롭히는 건 맵고 자극적인 한국 음식이 맞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 응급실에서 버티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 짜증만 늘어난다. 출퇴근길에 맡은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발견한 '맛있는 한 끼' 도시락집.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 행복하고, 그 음식을 만드는 이윤아라는 여자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차수혁은 부모와 헤어지게 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없다. 입양가정에서 양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그는 '자신처럼 방치된 아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소아 응급실 전문의가 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소아 응급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 S대 병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한국으로 오게 된다. 출세에 관심 없고, 오로지 현역에서 더 많은 아이를 살리고 싶은 수혁은 깐깐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S대 소아 응급실을 지배하는 폭군'으로 자리 잡는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함에도 왠지 모르게 저렴한 표현과 직설화법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수혁의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여자, 남자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절하는 여자, 그럼에도 급체로 길에 쓰러진 수혁을 응급실까지 데려다준 여자, 이윤아.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잘 먹어주는 사람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윤아다. 그런 그녀 앞에 수혁이 나타난다. 의사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저급한 표현과 당황할 정도의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그에게 화가 나지만, 어느새 그의 화법에 적응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이면의 진심이 보이기까지 한다. 어릴 때 당한 기억으로 남자와 단둘이 밀폐된 장소에 있는 걸 무서워하는 윤아. 토끼처럼 겁 많은 그녀를 동굴 밖으로 나올 용기를 준 수혁. 멋있는 남자를 쟁취하기 위해 용기를 끌어모은 윤아는 수혁의 가사도우미 제안을 받아들인다. 게다가 '입주' 가사도우미를 희망한 윤아로 인해 둘의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된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는 로맨스 소설의 중심인 남녀 간의 사랑 외에도 가족, 형제, 부모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의지할 곳이라곤 오빠 밖에 없었던 윤아와 입양아로 아동 학대를 겪고 자란 수혁, 수혁이 근무하는 소아 응급실을 거쳐가는 환자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반부에는 수혁의 진짜 가족을 찾는 모습을 그린다. 읽으면서 '사랑을 가장한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지'와 '진짜 가족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를 세탁소 아저씨와 한국 영화로 배운 수혁은 유창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하게 말해 사람들의 오해를 산다. 특히 여주인 윤아에게 따귀를 맞을 정도로 막무가내 한국어가 그의 특기(?)다. 처음에는 직설화법에 저렴한 표현으로 '왜 저래'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윤아가 수혁의 말투에 적응해가듯 독자인 나 역시 그의 말투에 적응했다. 오히려 돌려 말하지 않는 수혁의 말은 해석할 필요가 없어 시원한 느낌까지 있었다. 윤아와 연인이 된 이후로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역시나 로설 남주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사는 수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