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봄 깊은 밤
이유진 지음 / 카멜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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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현대물, 비밀연애, 우연한 만남, 신파, 가족의 비밀

"나 곧 약혼해. 저 안에 소개받을 여자도 있어.
넌 그냥 심심풀이가 될 거야. 그래도 좋아?"
이토록 이기적이고 이토록 오만한 구애라니.
- 본문 중에서

 

 

남빛 병원 행정직으로 일하는 남기준. 남빛 병원 이사장의 아들, 날 때부터 황금 수저를 물고 나온 것처럼 보였다.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입양된 양자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말이다. '심심풀이'로 만나자는 남자, 시작부터 '헤어짐'을 말하고, 그럼에도 그토록 다정한 남자 기준.

그런 기준의 숨겨진 연인이 된 이지은. 그에게 '아니요'하면서 도망 가려 했다. '연락할게'하고 무시해버렸다. 눈 떠보니 기준이 나타났다. 어차피 가지 않을 길, 시작도 하지 말아야 했었는데... 기준과 연애를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내 부모가 아니다'나 '혼외자다'라는 설정은 로맨스 소설에서는 발길에 채이는 돌맹이처럼 자주 등장한다. 우리의 잘생기고 키 크고 돈 많은 남주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지만, 내면은 곪을 대로 곪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아련 청순글래머 여주가 '짜잔'하고 나타나 상처에 '사랑'이라는 연고를 발라줄 테니 말이다.


누가 봐도 남빛 병원의 차기 이사장 후보인 기준은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입양된 양자이다. 그를 키워준 어머니가 낳아준 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 자신을 빌미로 작은 집에서 돈을 뜯어갈 때마다 그는 조금씩 무너진다. 자신이 감정을 드러내 큰 집과 작은 집의 싸움을 지켜본 후에 '내쳐질까 하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자신을 내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의무감'으로 채워진다. 어머니와 동생인 재준을 위해 그림자처럼 살려고 한 기준. 연애는 하되 결혼은 어머니가 정해준 여자와 하기로 결심했는데, 지은을 만나버렸다.


<봄 깊은 밤>은 남주인 기준뿐 아니라 여주 지은의 상처도 깊다.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한 지은의 어머니. 지은은 전주에서 어머니와 외할머니와 살며 일 년에 몇 번 아버지를 만나러 서울에 왔다. 목련이 피는 연희동에는 지은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할머니와 불편하지도 편하지도 않은 새어머니, 이복동생 혜주가 있다. 어머니가 죽은 고3 시절에 잠시 연희동에 살았으나 대학 진학을 하면서 독립했다. 그렇게 이지은이면서 한지은이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상처받지 않으려 곁을 두지 않았다. 겁이 많고 서늘한 지은은 다정하고도 무뚝뚝한 기준을 만났다.


흔한 신파 설정을 죄다 끌어왔음에도 촌스럽지 않다. 만났다 헤어졌다, 절절 끓는 감정을 토해내면서도 건조한 두 사람의 대화. 행간 사이에 숨은 안타까움은 덤덤한 종이 속 인물보다 독자의 눈시울을 적신다. 기준이 지은을 떠올리는 순간을 '눈꺼풀에 숨은 여자'라고 표현한다. 눈을 깜빡이는 찰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저 그뿐인 여자를 사랑하고 만다. 두 사람이 함께 본 바다는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아득하고 광막한 밤바다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미래처럼 '바람은 사납게 몸을 때리고 파도는 낭만도 없이 포악하기만 한' 그런 밤바다를 지켜보고 돌아온다. 그림같은 표현이 돋보이는 글이다.


고구마 100개를 즐기거나 신파 소재가 당길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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