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그럼에도 우리는
다노 / 동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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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현대물, 재회물, 기억상실, 다정남, 대사가너무많아


영국에서 5년 만에 돌아온 마우진. 무슨 낯으로 돌아온 거냐며 난리를 치는 아버지와 형, 한편에서 한숨만 내뱉는 어머니. 우진은 말기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작은 아들의 얼굴은 보지 않겠다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친구 호재네에 머문다. 호재 앞집에 사는 유진서.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우진의 연인이었으나 이제는 그를 기억에서 지운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우진의 귀국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 아버지와 형에게 알 수 없는 호통과 냉대를 받고, 친구 호재네에 머물며 부딪치는 진서와는 과거에 어떤 사연이 있음을 암시한다. 진서는 우진을 기억하지 못함에도 그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몇 가지 상황을 던져주며 시작하는 이야기. 독자로서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런 반응이지 하며 궁금증이 터지기 직전이다. 하나씩 풀리는 이야기. 정리하자면 진서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여러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결국 우진이 자신의 아버지를 몰아내는 상황이 되었다. 그로 인해 틀어진 우진의 가족 관계. 게다가 연인인 진서는 교통사고 이후 우진을 잊어버린다. 모두를 위해 한국을 떠나야 했던 우진. 참으로 착하고 바른 남자다.

여주인 진서는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한다. 밝은 성격에 그녀가 만드는 빵은 인기가 좋아 단골도 제법 있는 상황. 빵 사러 왔다가 진서에게 반한 정후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다. 그럼에도 친오빠로 여기는 호재의 처음 본 친구 우진에게 자꾸 관심이 간다. 어디선가 본 것 같고, 유사한 상황이 있었던 거 같은데 주변 사람 모두가 숨기는 분위기다.

진서와 우진은 연인이었던 사이, 우진을 지운 진서. 그럼 이들에게 쌓인 추억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들이 사랑했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 아련하게 펼쳐질 법 한데 대사로 넘어간다. 진서와 우진 사이의 감정 교류나 분위기를 섬세하게 살리면 참으로 애처로운 이야기일 텐데. 반복하는 대사와 상황 속에서 감정을 느낄 사이가 없다. 게다가 이상하게 꼬인 정후는 왜 이리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지. 자신에게 적합한 '결혼 상대자'라는 이유로 밑도 끝도 없는 집착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진과 정후가 반한 진서의 치명적인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정말 여주의 매력을 찾고 싶었다. 여주가 가진 치명적인 무엇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저 빵을 잘 만드는 것? 앞집 오빠인 호재와 격의 없이 지내는 것? 눈 씻고 찾아봐도 치명적인 부분이 없다. 그런데 정후와 우진, 이 두 남자는 진서에게 헤어 나오질 못한다.

있는 집 자식이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는 우진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착한 거? 그리고 흠...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글쎄다. 지문으로 해결했다고 넘어가는 장면이 많아서 우진이 대체 뭘 얼마나 노력했는지 와 닿지 않았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묘사와 상황을 통해 주인공의 매력을 보여줘야 할텐데, 이런 부분은 나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인지. 도통 그들의 매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글의 가장 큰 단점은 쓸데없는 대사가 많다는 것이다. 의미 없이 반복하는 대사에 친구 호재의 대사 비중이 너무 높다.  두 주인공 간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분위기 묘사에 치중해야 '로맨스'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거 아닐는지. 둘은 이랬다가 저랬다고 대사 한 줄로, 지문 한 줄로 사건을 해결한다. 인물 간의 개성도 없기는 마찬가지. 말투만 보면 우진의 아버지나 형, 진서의 아버지도 다 똑같아 보인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뭔가 숨겨둔 반전이 있겠지, 주인공의 장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끝까지 읽었다. 상황만 나열하고 대사만 나오는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나야 하는 그들에게 조금 더 애절한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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