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흔히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 말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기를 품었던 몸이 더 이상 따듯하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을 때야 비로소 '빈자리'를 느낀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어부인 시아버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체육대회로 사방이 온통 소리가 가득했던 그 공간에서 친구의 자살 소식을 들었던 그때의 그 기분이 오소소 올라왔다. 평소에 존재조차 희미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걸 느낀 그 순간의 기분. '웃는 남자'd는 여자친구인 dd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버스 안에서 하필이면 홀로 죽은 dd. 그렇게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우리 모두 하찮다 여기고 돌아보지 않는 찰나에.

문학상 수상작을 처음 읽었다. 평소 ''문학이나 '일반'문학이라 불리는 글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필요에 의해 읽는 자료와 알고 싶어 보는 정보성 글, 아니면 재미로 책을 본다. <웃는 남자>는 평소 보는 책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진다. 특히 수상작인 '웃는 남자'는 뭔가 놓친 기분이 들어 읽는 내내 찜찜했다. 이 안에서 뭔가를 발견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스쳤다. d는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세운 상가는 왜 나오는 거야, LP는 왜?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범상치 않은 죽음에 대한 표현, 누구는 어떻게 죽었고 어떻게 사라져갔는지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글 중반부에 등장하는 세월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dd의 책을 돌려주려 친구를 만난 d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던 중에 세월호 1주기 추모 행렬을 만난다앞에서 d의 모호하고 희미한 의식 속에 자리 잡은 dd의 죽음으로 깨달은 부재의 의미.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제야 들리기 시작했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항상 곁에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결국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는 그런 나와 너,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리, 냄새, 남겨진 사물과 사람. 웃지 않는 남자 d, 마지막에 가서야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이기호의 '최미진은 어디로'는 유쾌하게 시작한다. 작가 이기호는 중고 나라에서 자신의 책이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며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집요함은 자신의 책을 직거래로 구매하게 만든다. 비록 전라도 광주와 경기도 고양이라는 물리적인 거리가 존재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무려 작가 사인본을 '서비스'로 줄 수도 있다는 판매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모욕을 느껴 시작한 일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이끌었을 때,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가끔 누군가를 향한 적의인지 알 수 없을 때 이기호의 '최미진은 어디로'가 떠올릴 것 같다. 그리고 모욕과 목욕의 상관관계를 일깨워 준 이기호의 아내 덕분에 잊고 있던 친구 이름이 기억났다. 여고생인 우리는 '목욕'하지 않고 '목옥'을 했었더랬다. 친구 이름이 바로 '목옥'(웃음)

다른 느낌의 글을 한 권으로 만났다. 서로 다른 온도와 호흡을 지닌 글을 보며 오늘도 깨닫는다. 세상엔 읽어야 할 글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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