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엔틱 로맨스
정찬연 / 스칼렛 / 2012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키워드 : 현대물, 공대 여자, 보디가드, 유산, 상속, 추격전, 걸크러시

70년대 외화에 나올 법 한 얼굴과 몸매. 에바 가드너를 닮은 한우영의 외모는 번지르르한 포장에 불과할 뿐, 그녀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 공대 여자다. '찰나멸'이라는 시계점을 운영하며 소더비 경매의 심사위원으로 일한다. 한 노신사가 맡긴 '블로바' 시계로 인해 원치 않은 상속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면서 그녀의 일상이 180도 달라진다. 납치될 뻔 한 우영 앞에 나타난 세월(힐라알룬). 그는 시계를 맡기고 죽은 노신사가 우영에게 붙여준 보디가드다. 죽은 천우그룹 회장은 조건없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아는 이에게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비밀번호의 비밀에 가장 가까운 우영에게 상속 자격을 가진 천우그룹 일가의 위협이 가해진다. 취리히의 은행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바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낯선 남녀가 하나의 끈으로 묶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속 게임에 참여한 여자와 그런 그녀를 보호해야 하는 남자. 눈길을 끄는 외모에 지적 매력이 더해지면, 함께 있어야 하는 남녀에게 남은 건 '사랑에 빠지는 일'뿐이다. 서른두 살의 한우영의 연애사는 찰나멸의 직원인 연경을 입을 빌리자면 한숨 나올 지경이다. 만나는 남자마다 유부남 아니면 양다리이거나 나이가 많다. 그런 우영에게 허우대 멀쩡하고 결혼한 적 없는, 양다리도 아닌 남자가 나타났다. 게다가 온몸으로 우영을 보호해주는 남자다. 혼혈이긴 하나 그게 뭐 대수겠는가.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는데.

유대교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세월(힐라알룬). 유대교 무장단체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 경호업체(?)를 운영하는 중이다. 각별한 사이였던 천우그룹 천 회장의 강요(!)로 경호를 맡게 된 '한우영'이라는 여자는 볼수록 신기하다. 시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외모에서 풍기는 고혹미, 하지만 그 외에는 '바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당이다.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여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인질인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잠을 잔다.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이 여자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국말을 잘하는 혼혈인 세월. 그뿐 아니라 아랍어, 독일어, 영어까지 못하는 게 없다. 게다가 싸움도, 총질도 잘한다. 밤일(!)은 말할 것도 없고 우영과의 대화 수준을 맞추는 센스까지. 둘의 대화는 시계, 자동차를 오가고 세계사를 넘나든다. 시계와 자동차를 모르는 1인이라 그저 글로 따라가며 이해했다. 한국에 온 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남자가 이과, 문과 등 한국의 교육제도나 과정이 대해 어찌나 잘 알던지. 서른이 넘은 남녀가 나누는 대화라고 하기엔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찬연 작가의 글을 출간순으로 본 게 아니라 시대물을 보고 현대물로 넘어가는 중이다. 시대물에서는 종교나 주변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도 배경을 설명하는 글이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으나, 현대물에서는 인물의 출생이나 종교, 지역이 복잡하게 얽히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닌 듯하다. 결국 세월의 배경이 그리 복잡했던 이유가 추격전을 용이하게 하고, 매우 비싼 맞선(!)을 위한 장치로 소요된 느낌이다.

'B급 액션'을 지향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쫓고 쫓기는 과정에 의외의 재미가 있다. 베네치아의 수로, 바티칸 시티의 광장, 로마의 콜로세움, 스위스의 시계 공방까지 해외 배경을 읽는 즐거움도 있다.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는 여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건 당연지사. 색다른 추격전이 보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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