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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사몽 ㅣ 상사몽 1
별보라 지음 / 와이엠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상사몽(별보라, ★★★☆)
키워드 : 실존 역사물, 회귀/타입슬립, 후회남, 미친 여자(?), 상처녀, 왕족, 조선시대, 무기력녀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송하진은 눈길을 끄는 남자를 쫓다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조선시대 어느 양반집. 송하진이 아닌 김이연이라 불리는 여자는 남편에게 소박 맞고 6년을 죽은 듯 지냈다. 이연은 죽으려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죽지 못하고 구조된다. 문제는 김이연의 육체에 깃든 송하진에게 김이연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 이제는 미쳤다는 말까지 듣는다. 평생 이러고 살 수 없으니 차라리 죽자 싶어 다시 강물로 뛰어드는 하진을 구해주는 한 사내. 책임이니 명예를 운운하며 하진의 일에 개입하는 그는 과연 누구인가?
제안대군 이현은 예종의 둘째 아들이었으나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왕이 되지 못한다. 대신 자을산군이 조선의 왕(성종)이 되고, 왕이 되지 못한 왕자에게는 반정을 제외한 모든 일이 허용된다. 이현은 12세에 김수말의 딸과 혼인했으나 2년 만에 그녀를 내쫓고 14세에 박중선의 딸과 혼인한다. 6년 만에 동성애를 이유로 박 씨 역시 내쫓는다. 김 씨 아니면 재가하지 않는다 하여 1485년 성종의 허락으로 복합한다. - 부분 발췌해서 정리
실제 인물인 제안대군 이현과 그의 부인인 김이연을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으로 소환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둘이 헤어지고 만나는 과정, 이연의 죽음 이후 재가하지 않고 홀로 남은 현에게 덧대어진 '순정남'의 이미지. 이를 적절히 양념해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이야기다.
현대인 하진의 눈에 비친 조선의 신분제나 소박맞은 여자의 지위는 부당하다. 떨치고 일어나고 싶으나 그저 미친 여자 취급만 할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연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하진은 '자신과 이연은 같은 사람'임을 깨닫는다. 게다가 현에 대한 감정을 결코 잘라낼 수 없음에 절망한다. 그저 눈뜨지 않는 아침을 맞았으면, 그럼에도 현이 자신을 두고 가지 않길, 그를 두고 떠나면서도 '잊지 말아줘'라고 당부한다.
어린 시절 이연에게 많은 상처를 준 현. 그게 사모하는 감정이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대했다. 계집질에 친정으로 내쫓고 두 번째 결혼까지. 현대물이었다면 현은 가루가 되도록 빻었을 것이다.(웃음) 그나마 조선시대라서, 왕자라는 신분 때문에 '후회남'이라 부를 수 있을 따름이다.
안타까운 결말의 둘을 위해 현대의 설정이 필요했으리라. 하지만 '로맨스적' 재미는 조선시대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끔 시대를 초월한 단어가 나온다거나 장면의 전환이 매끄럽지 않은 점, 같은 단어가 자주 나오는 단점이 있긴 하다.
과거에 못 다 이룬 사랑을 현재에서야 이룰 수 있었던 안타까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왕자여도 아랫도리 함부로 놀리는 남자가 싫다면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