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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ㅣ 소설의 첫 만남 2
성석제 지음, 교은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0 :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백선규.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펼쳐보지 못한 농부 아버지를 둔 인물. 재능이 있는 화가임에도 어린 시절 그 순간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을 의심한다.
1 :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여성.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거나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비롯해 글쓰기, 미술 과외까지 받았다. 미술에 재능이 있으나 현재는 미술을 보고 즐기는 데 만족한다.
0과 1의 시점이 교차하며 어린 시절 한 공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같은 사건에 대해 약간 다른 기억. 그리고 같은 숫자로 인해 벌어진 일. 서로 같은 비밀을 알고 있으나 0은 두려워서, 1은 개의치 않았기에 밝히지 않는다. 후에 0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했고, 1은 미술을 즐기는 여성으로 만족 중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 그리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모습을 엿본 기분이 드는 글이다.
기존 소설집이나 작품집에 실린 청소년 소설 중에 부담 없이 읽을 분량과 내용을 골라 일러스트와 함께 꾸민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다. 창비 서평단으로 만난 성석제 작가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선택의 연속이자 과정이다.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글을 보며 누구나 한 번은 던지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0과 1의 과거의 선택이, 현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결국 선택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 지금의 나를 만든 바탕이리라.
읽으면서 '히말라야시다'가 뭔지 궁금했는데, 조경용 정원수란다. 한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가 말한 '작가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다'에 공감하는 순간이다. 일러스트는 극 중 화가인 0의 화풍으로 느껴질 정도로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 중학교 '문학'에 들어간 소설인지 제목으로 검색하면 깔끔하게 정리한 지식백과를 확인할 수 있다. 1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을 읽고 이렇게 정리하는 게 국내 국어 교육의 현실이구나 싶다. 나 역시 이런 식으로 국어와 문학을 습득한 터라 여전한 모습에 씁쓸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