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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
임조령 지음 / 청어람 / 2016년 9월
평점 :

키워드 : 시대물, 연하남, 연상녀, 다정남녀, 반전남녀, 코믹발랄, 은근 계략남
털이 복슬복슬하고 어깨가 떡 벌어졌으며, 손도 큼지막한 육척 장신의 사내와의 혼인이 소원인 은강. 고을에서 가장 부잣집의 고명딸로, 다섯 명의 오라버니와 부모의 내리사랑을 받으며 금지옥엽으로 자랐다. 은강은 여인으로 태어나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혼례를 하고 한 낭군을 따라야 한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내다운 남자와 혼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그녀의 신랑으로 열네 살 최연소 장원 급제자로 고을에 부임한 신임 사또 유준엽이 낙점되었다. 다섯 오라버니가 과거 시험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집안에 명석한 이가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입김이 작용한 것. 열여섯의 신부가 열아홉이 되도록 초야조차 치르지 못한 연하 신랑. 열일곱의 준엽은 일에는 철저하고 은강에게 다정하지만 밤일(?)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연하 신랑의 진짜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육척 장신의 사내 대신 연하의 곱상한 얼굴의 준엽을 낭군으로 맞은 은강. 게다가 혼인한 지 삼 년이 지났건만 밤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준엽 덕분에 홀로 기나긴 밤을 적서(빨간 책)로 달래고 있다. 열하나에 오라버니들이 배우는 보정 교육(일종의 성교육)을 훔쳐들은 바 있고, 몸종인 꽃분이 구해다 준 적서와 춘화집으로 이론은 충분하지만 아직 실전 경험이 없는 은강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낭군과의 색사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되면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낭군과의 만남을 손꼽는 은강과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준엽.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종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남녀라고 해야겠다. 나이는 어리지만 속은 능구렁이 같은 준엽, 열아홉 싱그러운 나이의 은강은 거침없는 단어 선택은 물론이고 겉치레도 없는 여인이다. 삼년 동안 은강을 내버려 둔 것 같지만 나름의 핫라인을 통해 그녀의 정보를 하나둘 모은 준엽. 그녀의 이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그의 속내를 은강은 모를 뿐이다. 그리고 쌓이는 오해와 사건 속에서 부부의 애정을 확인하는 이야기라 하겠다. 작가 후기에 '19금 전래동화 컨셉'이라는 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착한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권선징악의 구조 속에 유머가 가미되었다. 원색적인 은강과 꽃분의 대화, 은강은 모르는 준엽의 진짜 모습과 그에 치를 떠는 비장의 모습이 유쾌하다.
하나의 떠들썩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짧다고 느낄 정도로 간결한 마무리는 소책자로 이어지는 외전으로 만회할 수 있다. '그리고, 칠 년' 그러니까 혼인 10년을 맞은 준엽과 은강 부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외전에서 이어진다. 혼인한 지 11년 째인데 아직도 20대라는 점이 부러운 건 왜 때문인지... 로맨스 소설 독자라면 우유부단한 건지, 과도한 측은지심 때문인지 위기를 자초하는 은강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은강을 은강답게 만드는 부분이고, 준엽이 은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작용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넣었다기보다 문장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글이다. 만약 처녀작이라면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작가다.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가볍고 유쾌한 시대물이 읽고 싶다거나 재기 발랄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 출판사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