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북촌의 사금파리 북촌의 사금파리
정찬연 / 다향 / 2013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키워드 : 시대물, 신분차, 당당녀, 다정남


최문형 19세, 찢어지게 가난한 최진사네 8남매의 다섯째. 낮에는 북촌 시전에서 복자로 일하고, 밤에는 도적패인 사금파리 두목으로 모자란 수하 단도리하느라 하루가 바쁘다. 둘째 아들의 혼사로 전전긍긍하던 이조판서 온자첨이 그녀를 찾아와 사주를 보게 되는데... 결국 온 판서 댁에 들어가게 된 문형,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혼사를 성사시킬 뿐 아니라 사금파리 두목으로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온준우 27세, 도성의 흔한 부잣집 아들. 서책이 좋아서 친구도 싫고, 출사도 싫고, 여인도 싫은 사내. 당연히 혼사에는 관심조차 없어 아비인 온 판서의 속을 뒤집어 놓은 바로 그 둘째 아들. 재백조부 임한서 어른의 따님의 조카의 벗의 이종자매라는 문형이 나타나고, 혼담이 들어왔었던 처자들이 그녀의 벗을 해준다는 이유로 준우와 대면을 갖는다. 그런데 준우가 관찰하는 대상은 문형, 어떤 이유로 매일 밤 월담을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도적패라고는 하지만 신고할 수 없는 물건만 훔치던 터라 그동안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진위조차 의심스러웠던 도적패 사금파리, 그리고 도적패 사금파리의 두목인 최문형. 임금이 온 판서에게 하사했다는 물건을 훔친 황대건을 쫓아내고 이를 어찌 바로잡을까 고심하던 중에 온 판서가 복자로 일하는 문형을 찾아온 것. 물건을 제자리에 되돌려놓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온 판서 댁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둘째 아들 준우는 그녀 기준으로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에 무직자이다. 아비 덕분에 무위도식하는 도련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소처럼 우직하고 돌려 생각할 줄 모르던 준우가 생각을 끝내고 결정을 내리고 나니 미친 소처럼 돌진할 줄 몰랐을 뿐. 가난한 문형에게 재물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청혼을 한 준우와 동정과 연민이라 여기고 준우의 청혼을 단박에 거절한 문형.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줄 모르는 준우는 문형을 잡기 위해 스스로 변하기 시작한다. '가난하려면 홀로 가난한 것이 낫다'인 그녀의 굳은 신념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어느새 마음은 준우에게로 향한다.

시대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즐겨 읽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소재의 한계' 때문이다. 현대물에서도 재벌, 사장 등이 흔하게 나오지만 그래도 배경은 다양하게 등장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시대물이라면 그중에서도 국내를 배경으로 한다면 장소가 궁궐로 한정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이나 왕자, 황제가 남주이면, 여주는 약소국의 공주이거나 노비로 전락한 양반가 규수 아니면 남장 여자이다. 이 뻔하디 뻔한 소재에 아무리 변주를 준다고 할지라도 몇 권 읽고 나면 '이번에는 누가 남장을 했더라?'하면서 기억이 휘발되기 일쑤다. 그래서 주인공의 신분이 그냥 도련님이라서 반가웠다. 어쩔 수 없이 생활력이 강해진 여주도 흥미로웠다.

정찬연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작가가 시대 배경에 대해 입체적으로 서술한 점이 눈에 띈다. 북촌에 대한 설명이나 시전 거리, 난전, 등장인물의 설정 등이 촘촘해서 놀라웠다. 고조할아버지가 '예송논쟁'에서 줄을 잘못 서 가문이 몰락했다고 말하는 황대건의 이력을 보고 시대가 숙종 아니면 경종이 아닐까 생각했다. 본문에서는 정확한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는데, 외전을 보니 숙종 시기이다. 에필로그에서 비변사제조를 겸임하도록 한다는데도 관직을 내려놓고 도망가는 준우를 보고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정승보다 더한 권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부인과의 시간이 더 좋다니, 여전히 팔불출로 사는 중이다.

혼례를 올리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시대 배경 집착자(?)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다. 도성에서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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