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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2 - 욕쟁이 꽃할배의 더 까칠해진 시골마을 여행기 ㅣ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2
빌 브라이슨 지음, 박여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이런 시골 마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안일한 태도와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방진 사고방식은 영국의 시골 마을에 가장 큰 위협이다. 역설적이고 안타깝게도 영국 풍경을 가장 아름답고 영국답게 만드는 울타리, 시골 마을의 성당, 돌로 지은 창고, 야생화가 하늘거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길섶, 바람 부는 언덕을 한가로이 거니는 양 떼, 마을의 작은 가게들과 우체국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경제성이라는 명목 아래 사라지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 역시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그것들을 판단하는데 익숙하다. - 54p.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빌 브라이슨은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더럼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유럽을 여행하고는 <발칙한 유럽산책>과 <발칙한 영국산책>을 썼다. 미국에서 15년을 살다가 영국으로 돌아와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브라이슨 길'을 여행한 이야기가 <발칙한 영국산책 2>이다.
'브라이슨 길'은 영국 본토에서 가장 긴 거리를 빌 브라이슨이 지도책을 펼쳐놓고 자로 잰 길을 말한다. 스코틀랜드의 케이프래스와 남쪽의 보그너레지스를 잇는 거리를 중심으로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되도록 이전에 갔던 곳을 피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여행지를 보는 것이 <발칙한 영국여행 2>의 목표다. 그래서인지 부제에서 엿보이듯 '시골마을 여행기'가 되었다.
나이가 더해갈수록 '지나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가는 것일까. 이제 30대 후반인 나조차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득한 기분이 드는데, 백발로 가득한 빌 브라이슨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다. 그는 높은 빌딩, 커다란 쇼핑몰, 콘크리트로 만든 네모 상자를 싫어한다. 대신 구불구불한 시골길, 경관을 가리지 않는 낮은 집,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옛 건물을 사랑한다. 그래서 <발칙한 영국산책 2>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 산의 주인공인 에베레스트 씨는 실제 그 산을 본 적도 없다는 사실과 마그나카르타 기념비는 있으나 '마그나카르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식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은 대중교통과 도보를 통해 이뤄진다. 배낭을 메고 시골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는 빌 브라이슨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왔다. 여행기인데 사진이나 지도 한 장이 없다. 그래서 낯선 장소나 지명, 인물은 검색하며 보았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투덜거림과 불평, 불만 등이다. 이 불친절한 여행기에서 기억나는 부분이라면 '빌 브라이슨이 또 투덜거리고 있구나'라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영국을 '제2의 조국'이라 말하며 그들의 고지식함과 변하지 않음을 높이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전히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다.
빌 브라이슨은 스코틀랜드의 케이프래스에서 자신의 영국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영국이 하나의 큰 정원이자 거대한 유적지임을 강조한다. 이는 영국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발칙한 영국산책 2>를 읽으며 영국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한반도를 떠올렸다. 우리 또한 이 모든 것을 소중하게 이어가야 할 것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