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눈을 맞추고, 품에 안아주고, 실컷 투정부려도 받아주는 한 사람.

그 아이들이 가장 갖고 싶은 선물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있는 '엄마', 단 한 사람이다. - 69p

 

 

할머니와 아기가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사진이 인상적인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는 표지에도 적혀있듯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거쳐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기도 하고, 끝내 웃는 모습 한 번 보지 못하고 묻어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다. 또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돌아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보내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기록이다.

 

정년이 훌쩍 넘어가도록 후임을 구하지 못해 (정년을) 15년이나 지나서야 청진기를 내려놓은 할머니 의사 조병국 원장. 그녀가 퇴임한 2008년 10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가 사회적 관심을 일으켰고 책을 내보자는 제안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입양'에는 항상 2개의 시선이 공존한다. "입양을 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해, 훌륭한 사람이야"와 "내가 과연 입양을 할 수 있을까"이다. 입양은 굉장히 훌륭한 일이긴 하지만 내가 하기엔 왠지 꺼려지는 그런 종류의 일로 분류되는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현재 국내입양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서울시립아동병원과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아이들을 돌본 그녀는 의사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그동안 묻어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낸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림받은 아이의 앞날은 사뭇 어두워 보이지만 그런 어둠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있기에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또한 어려웠던 시절이라는 이유로 변변한 수의도 없이 창호지에 둘둘 말려 버려진 아이들도 이야기 한다.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준 수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랑도 에너지처럼 형질이 변하지 않고 보존된다고 말하는 그녀. 입양아가 커서 가정을 이루고 입양을 하는 모습에서, 누군가는 장애가 있어 아이를 버렸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장애까지도 보듬어 내 아이라 말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30년간 찾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에서 사랑은 변하지 않고 보존되며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 책은 정말 가슴아픈 책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외면해도 항상 내 편이 되어 줄 영원한 아군인 '엄마'가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가슴에 50년간 청진기를 대며 항상 미안한 마음을 품었던 의사의 이야기라 더욱 그렇다. 세상에 나를 있게 한 건 그 무엇보다 '엄마'의 존재다. 그리고 이를 따듯하게 바라보는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부모가 이 책을 읽길 바란다. 아직 부모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부모가 될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길 바란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홀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은 언젠가 자라서 부모가 되기 마련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꼭 결혼이나 출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부모가 된다는 모든 의미, 이 책 속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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