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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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거창하다. 책을 읽을 '자유'라니? 내가 생각하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둘둘둘 커피를 마신다거나 설탕없이 블랙만 즐기는 취향의 차이일 뿐, 책을 읽는데 있어 자유나 권리, 의무 등 뭔가 거창한 단어가 붙는 게 어색하다. 어디까지나 독서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반영한 기호 행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거창한 제목이 붙은 이유는 저자 인터뷰에 나와 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 자유'는 그 모든 것을 필요로 하기에 손쉬운 자유는 아니라고 해야겠지요. 고상하고 고급한 자유입니다. 모두에게 그런 자유가 허용되는 사회라면 살 만한 사회이지 않을까요?"(525p) 곰곰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책을 쓰는 사람이 있고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그리고 읽을 시간과 장소가 있어야 가능한 게 독서다. 게다가 글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할 수 있는 행위인만큼 '고상하고 고급한' 자유가 맞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에필로그에 숨어있다. 권장도서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으면서 독서와 공부, 청소년 권장도서, 독서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읽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독자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이다. OOO 권장도서, XX부 추천도서, OOOO이 꼭 읽어야 할 책, 이 주의 베스트셀러 등 저마다의 이름표를 달고 읽어달라고(실제는 사라고) 아우성이다. 어떻게든 책 제목을 많이 알리는 게 목적이다. 최근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 수백 권씩 팔린 책도 있다. 이렇게 책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꼭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나쁜 책이라는 건 아니다. 남들이 많이 읽은 책을 나도 읽었으니까, 광고도 많이 나오고 유명한 책이니까 읽었다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독자 스스로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능력을 지닌 독자가 많아져야 출판시장의 양적 성장은 물론이고 질적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고 권장하기보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질문이 앞서야 한다. '독자의 몫'이란 이런 의미다.

 

<책을 읽을 자유>는 서평집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유명한 '인터넷 서평꾼'의 10년 간의 서평을 모아 엮은 책이다. 매체에 실린 서평이 대부분이고 간혹 블로그에 올린 서평과 책소개, 저자의 지난 일기가 틈새를 메운다. 인터넷 상에서 저자의 서평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문체가 낯설었다. 게다가 글이 너무 어렵다. 고농축 에센스처럼 한 문장에 단어를 농축해 넣었을 뿐 아니라 소개하는 책도 많고 범위도 방대하다. 소개하는 책의 분야도 일반인이 흥미를 가지기엔 거리가 있어보인다. 그러니 읽기 힘든 책이다. 오랜 시간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읽었다.

 

서평집을 택하는 독자의 대부분은 책을 읽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걸 즐기는 사람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을까'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서평이나 추천목록을 가장 많이 보는 이들이 책을 읽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 (나는) 생각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책에 대한 책, 서평집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구매자 역시 이들이지 싶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유에서 서평집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나처럼 게으른 독자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서평집이다. 한 권의 책에 나오는 수많은 책을 읽은 것 마냥 떠들어대기 좋은 책이 서평집이기 때문이다.

 

서평집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저자가 이 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한 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자체가 의미없는 일이다. 취할 내용은 취하고 버릴 내용은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독자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

 

 

 

* 각 서평이 실린 매체와 년도를 꼭 확인하며 읽는 게 좋다. 특별한 시기에 매체에 실린 글은 서평보다 칼럼의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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