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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완결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써왔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10년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 8월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나온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권은 그래서 더욱 의미있다. 5권에는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이 실려있다. 아르고 원정대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유난히 길었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아직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노작가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젊은이여! 자신의 '쉼플레가데스'를 뚫고 바다로 나아가라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1권부터 읽었던 독자라면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앞에서도 조금씩 등장했던 이야기와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야기는 15년 동안 펠리온 산에서 무슬과 의술을 익히고 하산하는 이아손으로부터 시작한다. 왕궁에서 자랐어야 할 이아손은 이복아우인 펠리아스에게 왕위를 빼앗긴 아버지 아이손 덕에 지금껏 산에서 자라야했다. 그리고 그런 이아손이 산을 내려왔으니 무언가 일이 시작할 참이다.
(복잡한 가정사를 뒤로하고) 이복숙부인 펠리아스가 왕위를 순순히 조카에게 넘겨줄 리 없을 터. 머나먼 콜키스에 가서 금양모피를 찾아오라는 게 이복숙부의 당부였다. 콜키스는 흑해 너머 미지의 땅이다. 지금껏 그리스인이 가본 적이 없는 곳에 쉼플레가데스(박치기하는 두 개의 바위섬)를 뚫고 나가야 하는 곳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하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영웅들이 모여든다.
아르고스가 만든 아르고선에 모여든 영웅의 면모는 그 이름값만으로도 지축을 흔든다. 우선 천하장사 헤라클레스가 있다. 그리고 천금을 울리는 오르페우스가 있다.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이 있고, 포세이돈의 아들도 있다. 천리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자와 새소리를 듣는 예언자 등 면면이 화려하다. 그리스 각 도시의 내노라하는 영웅이 모여 항해를 시작한다.
아르고선에 탑승한 이들의 이야기와 아르고나우타이(아르고 일당, 즉 아르고 원정대원들)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신화는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이야기다. 꼭 떠나야 하는 모험이 아니었음에도 미지의 땅을 향해 한 발을 내딘 아르고나우타이가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각자의 '금양모피'를 찾고자 그 길을 자처한 건 아닐까 하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리고 아르고나우타이 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한 시인 오비디우스의 구절을 소개한다.
금양모피 역시
손에 넣는 수고에 비기면 하찮은 것. - 221p.
손에 넣는 수고에 비해 하찮기만 금양모피를 얻기 위해 중간에 목숨을 잃은 이도 있다. 금양모피를 얻는 것보다는 그것을 얻고자 겪었던 그 과정이 더 소중했음을 역설하는 말이다. 4권에서도 헤라클레스가 영웅인 이유로 그가 안주하지 않았음을 꼽는다. 가만히 앉아 편안함에 길들여지지 않고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며 운명에 부딪친 인물, 그런 영웅에게 '호사다마'는 일상이라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연하의 독자들에게 더욱 힘주어 말한다. 잔잔한 바다는 결코 튼튼한 뱃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고. 그러니 자신의 쉼플레가데스를 뚫고 바다로 나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