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인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왜 첫 번째로 가는 게 아니라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그리고 저자명을 찾았다. 앗! '주성철'이라면 영화기자 아닌가? 쓰는 기사마다 홍콩영화에 대한 애정을 무한으로 뿜어대던 그 영화기자? 표지를 넘겨 저자 소개를 보니 역시나 그 주성철이다. <키노>,<필름2.0>을 거쳐 <씨네21>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영화기자, 그리고 홍콩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열혈 팬.

 

며칠 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일행들에게 '요즘 홍콩영화에 나온 배경을 테마로 한 여행기를 읽는다'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수많은 홍콩영화 이름이 쏟아져 나왔다. 난 보는 것보다 읽는 걸 좋아해 무협소설은 읽어도 무협영화, 홍콩영화는 유명한 몇 작품을 제외하면 본 적이 없다. 듣지도 못했던 영화는 물론이고 한때 초등학생(당시에는 국민학생)을 공포로 몰아넣은 강시영화까지 추억을 끄집어내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금은 홍콩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힘들지만, 90년대는 홍콩영화라면 무조건 개봉하던 시기였다. 생각보다 홍콩영화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저자인 주성철 기자에게 영화란 그냥 '홍콩영화'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애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때 '홍콩영화'가 모든 영화이던 사람에게 이 책은 너무나 특별할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홍콩영화'가 영화 중 하나였던 사람에게도 이 책은 특별하다. 요즘 여행지로서 홍콩의 이미지는 '쇼핑'과 '먹을거리'가 전부인 듯 하다. 그런 단순한 이미지를 홍콩영화의 배경이었던 장소를 찾아다니며 의미를 부여하고, 한때 아시아 소녀들의 오빠였던 홍콩배우를 기억하며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홍콩을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에 내게도 특별하다는 의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그리웠던 사람은 지난 2003년 4월 1일 거짓말처럼 가버린 장국영이다. 국내 초콜릿 광고에 등장해 소녀들의 충치 유발자이자 '영원한 미소년'인 장국영에 대한 그리움이 책 곳곳에 묻어있다. 내게도 장국영은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저자는 장국영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장국영의 생가를 비롯해 장국영이 출연했던 수많은 영화 속 장소를 자주 등장시킨다. 한편 현존하는 중화권 최고 스타인 유덕화와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양조위, 수트를 입고 찾아온 최초의 홍콩스타 주윤발, 코미디 영화의 지존인 주성치, 움직임마저 아름다운 장만옥, 청순의 대명사인 오천련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그 배우들의 이름이 가득하다.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리 속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는 것처럼 영화 속 장면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홍콩이다. 제목과 다르게 내가 '홍콩에 첫 번째로 가게 된다면' 책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고 싶다. 저자처럼 열혈 팬은 아니지만 한국배우보다 홍콩배우가 친근했던 시대를 경험했기에 내게도 홍콩은 그리움의 장소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그 곳에 있었던 사람을 떠올리며 그렇게 홍콩 거리를 걷고 싶다. 그러고보니 이 책, 저자가 홍콩영화에 보내는 연애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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