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성곽 걷기여행 -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녹색연합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속적인 생활이 가능할 지에 대한 논의가 각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논의의 중심에는 '녹색', '환경'이 있다. 이는 대중에도 영향을 미쳐 제주 올레길을 비롯해 지리산 둘레길 등 '걷기를 위한 길'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걷기를 위한 길에는 한계점이 있다. 도심을 벗어나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 경기에는 이런 길이 드물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했지만 자연과 더불어 걷을 수 있는 길이 서울에 존재해왔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를 감내하며 말없이 곁에 있었던 '서울성곽길'이 바로 그것이다.
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생긴 서울은 말 그대로 계획 도시이다. 4개의 큰 대문과 4개의 작은 대문을 잇는 성곽을 쌓았는데, 이것이 '서울성곽'이다. 4개의 큰 대문이라 하면 남대문, 동대문, 북대문, 서대문을 말하며 4개의 작은 대문은 남소문, 동소문, 북소문, 서소문을 칭한다. 그리고 성 안을 가로 질러 흐르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만든 물길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만들었던 암문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서울성곽은 조선 600년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일제침략과 한국전쟁을 치르며 무너졌고, 가장 많이 파괴했던 시기는 바로 발전과 팽창이 화두인 현대에 이르러서다. 길을 내느라 문을 파괴하고 집을 짓느라 성곽을 무너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그 존재를 깨닫고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없을테지만 서울성곽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녹색연합에서 펴낸 <서울성곽 걷기여행>은 4코스로 나누어 아주 자세히 서울성곽길을 안내하는 책이다. 그림으로 그린 지도에서는 따듯함이 묻어나고 펴낸이의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내일 당장 성곽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성곽길 주변에 꼭 가볼 만한 곳을 따로 분류해 세심한 설명을 첨부했다. 이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이야기를 꼭 알았으면 하는 바람과도 같다. 특히 성곽길에는 일제침략과 근현대의 어두운 이야기가 가득해 외면하고픈 심정이 든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서 있었을 앞선 이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한 손에는 이 책을 들고 다른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성곽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책에 쓰여진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며 아이의 아이에게도 이야기가 전해지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