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한 다스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통상 '한 다스'라 하면 12개, 영어로는 dozen 이라는 게 일반 상식이다. 하지만 마녀에게 '한 다스'는 12가 아닌 13이란다. 13이라는 숫자를 보니 얼마 전 '13일의 금요일'이 어쩌구 저쩌구 하던 블로그씨의 질문이 생각난다. 기독교 문화에서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숫자 13을 '한 다스'라 칭하며 일종의 완전수로 여기는 마녀는 기독교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배척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책 제목인 '마녀의 한 다스'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요네하라 마리는 '대개의 사람은 자기와 자기 나라 혹은 자기 민족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조금 다른 시선에서 자기와 자기 나라 혹은 자기 민족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내게 한 다스는 12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한 다스가 13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시선을 보여준다. 베를린의 조선인, 아프리카의 일본인, 시베리아의 프랑스인, 모스크바의 베트남인, 마닐라의 스위스인이 있는 낯설고 이질적인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이단은 완결된 것처럼 보이는 세계에 바람구멍을 내어준다. 늘 보아온 풍경을 달리 보게 하고, 신선한 측면을 보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의 혹은 상식으로 여겨져온 것을 뒤집는 위협도 숨기고 있다. - 22p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개념을 머리로 이해한다는 의미와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머리에서는 세계는 하나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같은 존재라는 걸 알지만, 오늘도 무심코 지나친 노숙자, 거지를 대할 때면 생각만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요네하라 마리는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을 한껏 활용한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았던 풍경과 사람들을 책 속에 불러와 미처 깨닫지 못한 개념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녀의 전매특허인 유머 또한 빠지지 않는다. 표어로 그치는 일면이 아니라 생활 속에 담겨있는 세계와 세계인을 알고 싶다면 요네하라 마리, 그녀의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가까운 자들을 멀리 하고 가변적인 것을 고정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픽션에 의한 관념 조작, 그것도 국가적 규모의 관념 조작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 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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