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앞으로 태어날 애서가들을 위하여 최고의 구절들마다 연필로 살그머니 표시를 남겨둘 생각이에요. - 91p, 1952년 12월 12일 헬렌프랭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 이어준 또 하나의 책. 미국 뉴욕에서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없는 글쟁이 헬렌 한프와 영국 런던의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위치한 마크스&Co. 중고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이 20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1949년 희귀 고서적에 관심이 많은 가난한 작가 헬렌은 대서양 건너 영국 런던에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이렇게 시작한 인연은 1969년 프랭크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너무 깐깐하고 성질 급한 불친절한 고객 헬렌은 자신이 갖고자 하는 책을 내놓으라며 항상 프랭크를 다그친다. 성실하고 친절한 중고서점 직원 프랭크는 그녀의 요구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던 영국 런던은 당시 배급제를 실시해 식료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헬렌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크스 중고서점 직원들에게 식료품을 보내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마크스 중고서점에서 헬렌에게 편지를 보낸 이는 사실 프랭크 만은 아니다. 프랭크 외에 세실리와 메건 등의 서점 직원과 프랭크의 아내 노라, 옆집에 사는 노부인까지 헬렌에게 편지를 보낸다. 비록 대서양 건너라는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편지 내용을 보면 이들이 그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영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온지 100년도 넘은 책이 중고서점을 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그런 책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결국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헬렌은 그토록 원했던 영국 행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들을 이어준 끈은 다름 아닌 '책'이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책으로 전해진다.

 


이 모든 책을 내게 팔았던 그 축복 받은 사람이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 145p, 1969년 4월 11일 헬렌캐서린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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