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의 독서> 책 이야기를 하려니 '유시민'이라는 저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민주화운동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정당인, 국회의원, 장관 등 유시민이 한 일은 너무 많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큼 유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을 정확히 알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저 '어떤 일을 했다더라~' 라는 풍문에 기대 이름에 걸린 유명세만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 역시 이름에 걸린 유명세만 들었을 뿐 정확히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저자보다는 목차에 있던 책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는 고전들이 목차에 가득 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청춘의 독서>에 실린 책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에 널리 알려진 사상이나 이론을 밝힌 책이 많다. 교과서에 나오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멜서스의 <인구론>, 맹자의 <맹자>, 사마천의 <사기>, 다윈의 <종의 기원>이 그 예다. 여기에 러시아 작가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푸시킨의 <대위의 딸>,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최인훈의 <광장>,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와 같은 문학 작품,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의 비문학 작품이다. 어디에선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작 그 내용을 말하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는 '너무 자주 인용되어 읽지 않았지만 마치 읽은 듯한 착각이 드는 책들'이 <청춘의 독서>의 목차를 채우고 있다. '유시민'이라는 사람과 <청춘의 독서>를 채운 책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런 점이다. '누구나 알지만 말하라면 하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청춘을 채웠던 책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다시 길을 찾으려 한다. 예전에는 잡혀갈 각오를 하고 숨어읽어야 했던 <공산당 선언>을 다시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전과 전혀 다른 소회를 느낀 <인구론>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본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책을 살아 숨쉬게 했다. 전체적으로 책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자신만의 감상을 전한 느낌이 강하다. 세상의 불평등과 빈곤, 체제의 변화, 진보에 대해 말하는 책들이지만 전체적으로 '서글픈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건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에 대한 절망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저자는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E. H. 카가 말하는 '인간 능력의 계속적 발전에 대한 믿음'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진보주의자로 위로를 받는다.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현재가 있기 위해서는 과거가 있었고 이는 끊임없이 현재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고전을 읽는다. 이런 힘을 내재한 것이 바로 '책'이다. 책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맨 저자처럼 나또한 그의 책장에 꽂힌 책들을 읽어보련다. 책을 읽은 각자의 감상은 다를지언정 그 길을 걸어갔던 이들의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이 내 길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론 감옥이 될 수 있다! - 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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