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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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동터오던 시절부터 지식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 189p.

 

미술평론가이자 미술 이야기꾼으로 활동하는 이주헌이 쓴 <지식의 미술관>은 독자가 좀 더 쉽고 폭넓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런 특징은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이라는 부제에서 보여지듯 독자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해 편하고 즐겁게 미술의 지식을 접하고 익숙해지도록 돕는 서술 방식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 양식이나 기법에 관한 내용도 있고, 미술사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으며, 정치·사회적 사건이나 역사적 이슈와 관련한 내용도 있다. 또한 미술 시장을 비롯해 작가를 둘러싼 시공간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다.

 

지난 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앤디워홀 특별전 - 앤디워홀의 위대한 세계>라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앤디 워홀'이라 하면 '팝아트(Pop art)의 제왕'으로 유명인의 초상화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마치 공장에서 기계가 그림을 찍는 것처럼) 대량생산 방식을 취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유명인의 초상화만 만든 작가라 생각했는데 전시장에는 그가 만든 잡지와 영화, 노래와 영상이 어우러진 전시물도 있어 기존 미술 표현방식에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앤디 워홀과 동시대를 살았고,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수많은 사람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이런 전시회를 접할 때 아쉬운 건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만 작품 이해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저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하는 게 무엇일까'가 궁금한데 지식이 얕아 다 알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전시장에서 사람과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림에 대한 자세한 이력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또한 너무 뻔한 천편일률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에 꺼리는 (나와 같은)관람객도 있고, 시간의 제약으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미술을 알고 싶으면서도 해설의 도움을 거부하는 (나와 같은 청개구리나 시간이 부족한)관람객에게 <지식의 미술관>은 흥미로운 책이다. 거대한 미술의 세계에서 흥미로운 지식들을 넓게 보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깊게 파헤치도록 독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을 차곡 차곡 쌓는다면 전시장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책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두뇌가 기억하는 내용은 제한적이다. 이주헌은 '글머리에' 좋은 미술작품을 알아보는 감식안은 뛰어난 직관력에 있다며, 이 직관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습득과 경험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식과 경험은 구슬이고 직관은 꿰는 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직관에 꿰여 구슬다운 구슬, 아름다운 구슬을 만들기를 작가는 소망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섭리를 그 무엇보다 잘 보여주는 게 미술 전시회라 생각한다. 음악회가 지루하다면 좌석에서 숙면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장에서 서서 졸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미술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충만하다면 <지식의 미술관>은 충만한 욕구를 조금은 해소해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 다시 보는 일을 시작하자.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고 보는 만큼 알 수 있는 게 미술이 가진 매력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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