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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좋아해
김제이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당신은 나를 좋아해(김제이, ★★★☆)
키워드 : 현대물, 첫사랑, 짝사랑, 재회물, 전문직, 이혼녀, 전직검사남, 현실남녀
'나는 당신을 좋아해'가 아니라 '당신은 나를 좋아해'다. 주체가 내가 아닌 당신이다. 당신으로 인해 내가 변했고,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책 표지의 영어 제목은 'I don't hate you'. 너를 싫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박이삭은 최수완을 '싫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최수완은 박이삭에게 매달린다.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게 빠를 거라며.
국회의원의 딸 최수완. 과수석으로 들어갔지만, 국회의원의 딸이라는 이유로 뒷말이 무성하다. 작은 오해가 쌓여 큰 오해를 만들고, 도도하고 4가지 없다며 '재수황'으로 불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인에게 관심 없는 수완의 눈에 과선배 박이삭이 들어온다.
사시패스가 목표인 법대생 박이삭. 가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다. 홀로 자신을 키운 아버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법고시 공부에 매달린다. 잘생긴 외모로 이성에게 인기가 높다. 도도하고 4가지 없다는 최수완이 노예팅에 나온 걸 보고, 손에 쥔 아르바이트비를 털어 그녀의 2시간을 산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인연이 이어지고 끊어지고를 반복한다.
20대 초반 대학시절 잠시 연인이었던 수완과 이삭은 헤어지고 10년 만에 만난다. 이혼했어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의 딸인 수완과 사법고시에 패스해 검사가 됐으나 조직생활에서 낙오한 이삭.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를 가둔 이삭이다. 이런 이삭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이가 수완. 여전히 이삭이 좋은 수완은 그를 따라다니며 다가간다. 이삭과 수완의 시점이 교차하는 구성이다.
전형적인 '김제이 작가'의 글이다. '원래 그렇다'라거나 '전형적인'이라는 표현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단문으로 읽기 쉬워 가독성이 높다. 주인공의 배경에 상관없이 '방황하는 청춘'을 그리는 김제이 작가다. <태주 동생 태희>나 <나의 독재자>처럼 주인공이 20대면 이런 문체에 거부감이 없다. 그런데 주인공의 나이가 올라가면 문제다. 나는 10대 주인공이 '애늙은이'처럼 말하는 것도 싫지만, 30~40대가 철없어 보여도 몰입이 어렵다. 일례로 <어른의 맛> 여주인공은 여전히 공감이 되질 않아 마지막 챕터를 읽지 않았다. 여주인공 행동에 전혀 동의할 수 없어서다.
최수완과 박이삭이 내겐 그랬다. 현실에 기댄 인물 같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인물로 느껴졌다. 국회의원 딸이라는 수완에게는 가벼움만 느껴졌고, 자기 감정도 제대로 모르는 이삭은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좋다고 매달리는 수완에게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삭은 그저 그랬다. 그럼에도 책장은 잘 넘어가니 김제이 작가가 좋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