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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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대영제국의 자존심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 시대에는 소설이 아닌 희곡과 소네트 형식으로 작품을 남겼으나, 고전이란 게 그러하듯 셰익스피어를 원문 희곡으로 읽은 자는 많지 않다. 서점에 가면 대부분 축약판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품집을 만날 수 있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에는 그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비롯하여, 주요 작품 11편까지 도합 20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장편 희곡이었던 원문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단편소설 형식으로 변형해서 읽기 쉽게 만들었다. 여기에 그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한 106장의 명화를 수록해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면서 이야기에 더욱 쉽게 몰입하도록 만든 게 다른 판본과 다른 이 책의 독창성이다.


424페이지에 20편을 수록한데다 다수 그림까지 삽입되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원문보다는 많이 축약되었다고 봐야 하겠고,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취했다 하나 어쩔 수 없이 문맥이나 단어들은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 많다.

문화계 전반에 미친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만, 요즘처럼 소설이나 영화가 득세하기 전 과거에는 그림이 그나마 셰익스피어에게 바쳐진 헌사요 현대의 대중문화였으리라. 해서 다양한 크기의,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이미지도 보다 강렬하게 남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20편을 읽다 보면 변화무쌍한 운명에 맞서 굴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 본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세상사의 소우주가 그의 작품들에선 유쾌하게 펼쳐지며 대부분 유머를 잃지 않는, 장르로 보면 '로맨스'가 주제는 '사필귀정'이 많다.

주요 작품 11편 중에서는 여자가 남장을 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와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옛날엔 여자로서 행동하는데 제약이 많았음을 반영한다.

시대적 배경은 바뀌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이나 인간들의 행동 양태는 여전히 현대적이고 만고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어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시대를 초월해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해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 영미권 문화에선 마르지 않는 영감의 보고임에 틀림없다.

구로사와 아키라, 잉그마르 베르히만, 우디 앨런, 오손 웰즈 같은 영화사의 만신전에 오른 거장들은 물론 최근 마이클 패스벤더가 나온 <맥베스>에 이르기까지 잊을만하면 끊임없이, 끝없이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는 나온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소설은 어떤가?

최근에도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로 트레이시 슈발리에, 마거릿 애트우드, 요 네스뵈 같은 현대 작가들의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 소설이 독자들을 유혹한다.

2016년 예술의 전당에서 양정웅 연출로 <페리클레스>를 봤다. 장관을 역임한 유인촌이 주연배우로 열연을 보인 무려 170분에 달하는 대작 연극이었다. 당시 무턱대고 봤다가 이야기가 다소 이해가 안 돼서 긴 시간 낭패를 봤는데 그럴 때 미리 이 책에 마지막 20편으로 실려 있는 "티레 왕 페리클레스"를 읽고 갔다면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을 거다.


다 좋은데 햄릿에서 그 유명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사가 빠져 있는 점은 치명적이다.

그런 분들은 <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을 읽고 원본을 찾아서 도전하면 된다!

셰익스피어의 정수를 아름다운 고전 회화와 함께 간략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효용가치가 큰, 선물용이나 소장용으로 이보다 좋을 순 없는 최고의 셰익스피어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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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의 성공 철학
나폴레온 힐 지음, 김송호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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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성공을 꿈꾸며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는 노력파들에게 나폴레온 힐의 저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 같은 책들은 전공 필수 서적이다.

"20년 동안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연구할 수 있겠소?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말이오!"

앤드류 카네기의 제의에 망설임 없이 29초 만에 대답한 이후, 나폴레온 힐은 카네기를 통해 세계 최대의 거부들과 성공한 사람들을 소개받고 그들의 성공 비법을 20년간 연구한다...

고수들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은 힐은 본인도 물론 엄청난 부를 쌓았고, 받은 만큼 세상에 돌려주기 위해 다수의 저작을 남겼고 성공 철학을 전파했다. 그의 스승 카네기처럼.

금번 새롭게 출간되는 <나폴레온 힐의 성공철학>(SUCCESS DISCOVERING THE PATH TO RICHES)은 그가 평생 연구한 성공과 부의 비법을 담았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출간 원고 14편을 비롯한 새로운 비법을 담은 성공 철학서의 완성판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은 대공황 시기에 쓰여졌기에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와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후기에 쓰여진 여기서는 다른 사람을 돕거나 조화로운 가정생활로부터 오는 부와 같은 형태의 성공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211페이지에 불과한 얇은 이 책은 간략하고 정곡을 찌른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부와 성공으로 가는 14가지 길'은 사실 특별한 게 없을 정도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반복해서 틀어주는 레퍼토리다.

8장 '끌어당김의 힘'처럼 각 장을 확장하면 독립된 자기계발서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정석 플레이가 주는 깊은 울림이 있다.

너무 맛있어서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그야 장 맛이제.'하는 시골 할머니 밥상처럼 말이다.


"목표를 이루겠다는 단순한 희망과

그걸 성취하겠다는 열정 사이의 차이를 아는가?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이 꿈과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단지 바라는 것이 아닌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열망의 불꽃을 태워

그것을 이루는 길을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 P 41


"지난 수년 동안 내가 미국에서 분석했던 25,000명 중에 98퍼센트는 실패한 사람이다. 그들이 실패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포기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2퍼센트의 사람들은 예외 없이 꿈과 목표를 향해 도전한 사람이었다." - P 56

"성공은 현 상태에서 일단 시작하고,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맞대응할 상상력과 용기를 가진 사람에 의해서만 성취되기 때문이다." - P 75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시간과 인간관계라는 두 가지 자산을 적절히 조합해서 사용해야 한다.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협동하는 사람이, 그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고 그걸 성취하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 P 77

"우리가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 때문에 몸과 마음이 상하게 하고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설사 실제로 아주 드물게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걱정했던 것만큼 나쁜 상태는 아니다." - P 121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하면, 문제는 언제나 환영받았기 때문에 그곳에 있고, 초대받았기 때문에 거기에 나타난 것이다. 문제를 거절했다면 나타나지 않는다." - P 122

뼈 때리는 책의 주옥같은 내용 중에서도 각별히 마음에 와닿는 내용 극히 일부를 정리해 보았다.

나폴레온 힐의 첫 성공 철학 수업 학생 수는 여섯 명뿐이었고,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그중 네 명이 힐 앞을 지나 걸어 나갔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있다.

아직까지는 98%에 속하는 당신과 나!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그걸 고칠 적기다.

"행하라. 말로 하지 말고" by 에디슨

중간중간 사진과 주요 문구가 1~2장으로 편집되어 있어 실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실린 내용만큼은 마음속의 바이블로 평생 가지고 가야 한다.

나름 이런 류의 서적은 물릴 만큼 봤다는 독자들은 2020년을 맞이하여 이 책을 부와 성공으로 가는 금과옥조로 삼고, 나폴레온 힐을 비롯한 자기계발, 성공학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자는 여기서 출발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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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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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같이 한국에서 입양된 남매가 있다. 그간의 관계가 그다지 살갑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남매는 남매인지라 남보다는 서로 잘 안다 생각하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남동생의 자살 소식을 접한다. 누나는 남동생 자살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성인이 된 이후 거의 의절 상태인 고향집을 방문하는데... 」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도 자살이란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의미다.

거기에 분명 합당한 이유와 사연이 없을 리 없다.

"내가 신뢰하는 정신건강 웹사이트에 갔는데, 공통적으로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 여섯 가지를 제시해놨더군요.

1) 병리학적 특성 2) 우울증 3) 무분별 4) 비이성적 태도 5) 건강 문제 6) 자제력 상실."(P 100)

남동생의 자살은 이 분류 중 어디에 속할까?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인생을 살았나?

"내 동생은 평생 한결같았다. 변한 적이 없다. 만약 걔가 러시아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다면적이지 못한 평면적 인물이었을 것이다. 걔는 굶주리는 농부처럼 살았다."(P 72)

"걔한테 애인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섹스는 해봤을까? 아니, 인생 대부분을 방에서 보낸 내 입양아 남동생이 섹스를 했을 리 없었다."(P 73)

"동생은 평생 날마다 입은 하늘색 폴로셔츠 차림이었는데, 어쩌면 자살한 날도 같은 옷을 입었을지 모른다."(P 90)

"내 입양아 남동생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외국에 가본 적이 없고, 운동도 하지 않았으며, 양부모와 토머스 같은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했고, 컴퓨터로 영화와 스포츠 경기를 봤으며, 방 안에서 항상 배경을 삼아 책상 위에 선풍기를 켜놓았다. 걔는 조용한 것들을 좋아했어."(P 134)

이런 행동 양태를 일컫는 단어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히키코모리는 아예 방 안에서만 주거하기에,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영위한 남동생과는 다르지만 그의 식물성 삶의 기질과 성향은 비슷하다 하겠다.

그는 삶에 큰 의욕 혹은 애착을 보이거나 원대한 야망을 보인 적이 없다. 누나의 추적에 의해 밝혀진 사실은 그는 오랫동안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고 준비해 왔으며, 생모와 연락이 되어 한국을 방문하지만 정작 만남은 회피한다.

그는 결국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 자신의 삶을 끝장낼 권리를 행사한다.

그리고 유언처럼 컴퓨터 휴지통에 문서 하나를 남겼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 P 222


이번에 소설의 화자, 누나인 '헬렌 모런' 차례다.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투어를 따라다닐 만큼 피오나 애플의 팬이었고 한때 지역에서 예술가 활동을 했으나 지금은 별명이 '믿음직 언니'로 방과 후 문제 학생 감독관 노릇을 하고 문제 학생들에게 처방하는 마리화나라는 특별한 의약적 개입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나는 폭력적이고 분노로 가득 찼으며, 매일매일 평온을 위협하는 존재였다."(P 97)

말 한마디면 주위 사람들 학을 떼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가졌기에, 양부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 모두에게 존재 자체가 '껄끄러움'이다. 심지어 남동생의 거의 유일한 친구 토머스에게조차 한 번 만나고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얻어낸다. 우연한 두 번째 만남에서 토머스는 헬렌에게 말한다.

"거울은 아예 안 보고 삽니까? 항상 미친 여자 같은 표정이잖아요. 아마 몰랐겠죠. 정말입니다."(P 174)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나를 무성無性으로 여겼다."(P 173)

"내가 보기에 누나는 아직 진단만 안 받았을 뿐 조울증 환자이거나 조현병 환자 같다. 하지만 그 상태로 용케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옷차림을 보면 노숙자나 다름없는 누나가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P 217)

어디로 튈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 이쪽이 자살했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캐릭터다.

소설의 제목은 헬렌이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할 때 쓰는 말에서 따왔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미안해요'는 내가 사과할 때 쓰는 말이다."(P 117)

한국계 입양아 패티 '유미' 코트렐은 실제 소설 속 상황과 같은 일을 겪었다. 같은 한국계 입양아였던 남동생이 자살한 것.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얼마나 자전적인 내용이냐고?"

당연히 작가는 부인한다. "이 소설은 대단히 사적이지만, 내게 일어난 일을 염두에 두고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당연히 독자들은 믿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0에서 100까지 점수로 낸다면, 최소 50점 이상은 나올 거라고."

그 비중이 어느 정도였든 간에 어쨌든 자신이 겪은 심연의 바닥에서 순식간에 길어 올려진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소설의 첫 페이지 "케빈에게"를 통해 적어도 우린 소설 속 남동생이 아닌, 작가의 자살한 남동생 이름은 알 수 있다.

주인공 헬렌의 의식의 흐름을 주로 따라가는 이 소설에는 대화도 많지 않다.

미국에서 독립출판된 이 책은 심리 묘사가 대부분인지라 번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원경이 섬세하게 우리 말로 옮겼다.

소설 읽기에 숙달되지 않은 독자들에겐 큰 재미가 없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을 듯하지만, 우리는 한국계라 더욱 응원하고픈 패티 유미 코트렐이라는 아주 예민한, 날선 칼날 같은 작가의 출발을 만난다.


그림엽서에서 흔히 보는 사진.

잔잔하고 맑은 호수에 산봉우리를 비롯한 주변 경관이 그대로 비친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거기에 이는 작은 파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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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눈의 소녀와 분리수거 기록부
손지상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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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이 소설을 읽고 싶었던 이유 두 가지.

첫 번째는 출판사 임프린트가 바로 '네오픽션'이란 점이 시선을 끌었다.

네오픽션을 통해 얼마 전 다카하시 가쓰히코의 <붉은 기억>과 <전생의 기억>을 재미있게 읽은지라 그 출판사에서 한국 작가의 소설이 나온다는데 일단 반가웠다. 주로 장르문학에 관한 책을 내는 걸로 보였고, 그렇다면 일단 믿을만하다 기대감을 느꼈다.

두 번째는 마케팅 부서의 누가 작명을 했는지 이 책의 선전 문구가 혹 했다.

"꿀잼 보장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버디물"

이런 문구라면 누가 넘어가지 않을까?


'죽은 눈의 소녀'라... 도대체 어떤 눈을 죽은 눈이라 표현할까.

대강 그려지는 이미지대로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점이 없거나, 흰자위가 없는 검은 눈 그런 거라면 아무리 예쁜 소녀라도 이런 눈을 가졌다면 피하고 싶을 듯하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죽은 눈의 소녀' 성지은은 족보가 있다.

몇 년 전 성남시의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캠페인의 마스코트로 쓰인 캐릭터가 바로 '성지영'이었다.

애니 캐릭터로 탄생되었지만, '죽은 눈'이라고 하는 초점 없는 눈동자 때문에 크게 화제가 되었고, 분리배출 캠페인도 큰 반응을 얻어 이후 인디게임이 출시되기도 하고, 게임 콜라보가 이루어지는 등 성공적인 공공기관 캐릭터 마케팅의 사례로 남았다.

성남시 분리수거 소녀 '성지영'이 죽은 눈의 소녀 '성지은'으로 끝자리 한글자만 바뀌었다.

이런 탄생의 배경을 알고 나니 이제 소설의 제목과 설정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 꿀잼 보장


이 소설은 라이트 노벨, 주로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벼운 대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도 대입을 준비하는 마동군과 그 또래인 '죽은 눈의 소녀' 성지은이다.

마치 만화를 풀어서 글로 옮긴 듯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흐른다.

하늘을 본다. 새카만 하늘에 뜬 달.

"아모르파티이이이!"

마동군이 달렸다. 가속도가 붙어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질 정도다. 다리가 못 따라가면 이대로 넘어진다. 무릎이 비명을 지른다. 버텨줘. 제발. 마지막 힘을 짜내어 뛰어올랐다.

도약.

마동군의 그랑 쥬떼가 달빛을 뚫는다.

마동군이 가로등 불빛을 뚫는다.

가로등 불빛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에 마동군이 있다.

시간이 멈춘다.』 - P 270~271


지은이는 일본 문화에 깊은 지식이 오타쿠 수준으로 있고, 이게 소설의 곳곳에 등장하는데 그 부분이 내겐 꿀잼이었다. 마동군 역시 일본에서 살다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이다.

"그동안 성지은은 흑역사가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만든 일본 감독 도미노 요시유키가 작품 <∀(턴에이) 건담>에서 처음 등장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을 무애 스님에게 이야기했고, 무애 스님은 "이뭣고" 하며 흘려 넘겼다." - P 254


◈ 미스터리 + 하드보일드


라이트 노벨에 맞게 19금은 없다.

하지만 두 건의 사건을 해결하며, 위조지폐범을 다루는 나중 사건은 제법 규모가 있어 전체 6장 중 5, 6장이 할애되어 있고 영상으로 만들어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액션이 가미된다.


◈ 버디물


주인공 마동군은 근육질의 덩치지만 실제로는 발레를 하다 부상으로 하차한 이력을 지녔고, '죽은 눈의 소녀' 성지은은 사람 마음을 읽는 데는 둔감하지만 머리만은 비상한 열일곱 살 소녀로 플라스틱 합성수지 가방부터 감정 분석 어플까지 뭐든 잘 고안해내는 천재다. "~~하는 거."라는 특이한 말투를 쓰며, 놀랄 만큼 독특한 관점으로 사람과 세상을 본다.

이 둘은 사건 해결을 위해 뭉친다. 남녀 짝패가 만약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 '에르퀼 푸아로랑 헤이스팅스 대위'라면 당연 브레인은 성지은이다.

소설 속 '매립지'가 실제 존재하면 좋겠다.

매립지는 편히 놀면서 마음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괴로움을 묻어버릴 수 있는 아지트다. 그리고 거기 있는 '정신과 분노의 방'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온갖 물품들을 때려 부수는 공간이다.

"마동군은 어제 다녀왔던 정신과 분노의 방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혼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곳. 꼭 장소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이든 취미든, 의지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잘못되면 도박이나 술이나 약에 빠지게 되는 것이겠지." - P 116


소설 전체 구성으로 보자면 초반 3장을 통해 등장인물들 소개가 이루어지고, 4장 이후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양새다. 이제 막 등장인물들과 익숙해져서 본격적으로 '탐정 놀이'를 해야 하는데 이게 약간 아쉽다. 그래서인지 저자도 마지막에 '셰리 던'이란 인물의 사건 의뢰로 다음 편을 기약하며 소설을 마무리한다.

아무래도 '셰리 던'을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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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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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저자 '웬디 우드'를 보자.

그녀는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이며,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최초로 뇌과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습관의 '형성 원리'와 '작동 방식'을 분석했다.

심리학·뇌과학·경영학·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습관 설계'라는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도출했고, 무엇이 인간 행동의 지속성을 창조하는지 밝히고자 신경과학·인지심리학·행동동기론 등을 30여 년간 연구한 베테랑 학자로 여러 과학 저널에 100편이 넘는 논문을 개재한 바 있다.

습관에 관련된 책은 서점에 이미 많다.

이런 책들을 볼 때마다 저자는 명백한 과학적 진실이 무시되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오용된 책들이 너무 많았기에, 습관의 과학을 삶에 적용하는 대중교양서를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쓴 책이 <해빗>(원제_GOOD HABITS, BAD HABITS)이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저서다.

"우리 삶의 43%가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웬디 우드의 탐구 여정은 그동안 시중에 출간된 수많은 동기 부여 자기계발서의 이론적 배경이 됐다는데, 그래서인지 책 서두에는 이런 저명한 저자들의 '추천사'와 말미에는 '감사의 글'을 통해 서로에 대한 존경과 칭찬이 빼곡하다.

<해빗>에 붙어 있는 부제는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이다.

이 책은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자기 착취에서 벗어나, 잠재된 43%의 비의식적 자아의 힘으로 자신만의 습관 설계 법칙을 구축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데, 심리학과 뇌과학의 최신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습관의 진정한 힘과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어떤 게 좋은 습관이고, 어떤 게 나쁜 습관인지는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습관을 가지려 한다. 하지만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그걸 끊긴 어렵다.

예컨대 저녁에 출출하다는 핑계로 야식거리를 찾는 행위 같은 거 말이다.

이 책에서도 이 부분이 여러 번 설명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이 둘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쁜 습관을 줄이거나 아예 단절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이다.

"습관의 매커니즘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과 우리에게 해가 되는 행동에 모두 똑같이 반응한다."(P 252)

우리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43%를 약간 넘고, 습관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는 보상이 아닌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아 온 인간의 의지가 습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열세란 점도 입증한다.

30여 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는 습관이란 시스템이 삶의 기본 옵션으로 내장되기 때문에 얼마나 중요한지, 나쁜 줄 알면서도 나쁜 습관을 얼마큼 벗어나기 힘든지 밝혀 내고, "자동화된 무의식이 만드는 5가지 습관 설계 법칙"을 제안한다. 이 법칙들은 "상황 재배열 / 마찰력 제거 / 신호 포착 / 보상 내재화 / 자동화된 반복"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는 아마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금세 휘발되어 사라질 의지력이 아닌, 누구나 내면에 간직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43%의 잠재된 무의식의 힘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일 거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고 그것들이 작동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해 상황 신호를 제어하고 마찰력을 추가하고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이유와 목표를 재점검하라.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라.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변화가 점차 몸에 각인될 것이다.

자동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운 행동이 어느새 자동으로 마음속에 떠오르게 되고, 나쁜 습관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P 337~338)


웬디 우드의 30년 간의 축적된 내공과 연구 결과가 오롯이 담겨 있는 <해빗>은 이 분야의 레퍼런스가 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적어도 습관에 관한 책을 준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는 이 책을 피하지 못하리라.

이런 책을 덮고 나서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면 당연히 일상생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책의 "5가지 습관 설계 법칙"을 따라 한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반복 숙달을 통해 완전 체화시키는 과정이다. 거기서 성공하는 소수와 그렇지 않은 대다수가 갈리는 지점이 생긴다.

그래도 적어도... 중요한 자기계발서는 찾아서 읽는 '좋은 습관'만큼은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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