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찬스 The Chance - 당신에게 찾아올 부의 대기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7
김영익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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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자라서든, '아파트 가격은 떨어진다'에 한 표를 던졌든, 아니면 영끌을 해서 집을 살 용기와 배짱이 부족했든 문 정부 들어 무주택자는 나라를 잃은 심정이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남들은 코인으로 인생이 달라졌다는데 왜 내가 산 코인은 사자마자 내리막길에다 도무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정녕 내 인생에 해뜰날은 없는 것일까.

한 번은 당하지, 두 번까지는 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당신이라면 '한국의 닥터 둠' 김영익 교수를 만나라.

오랜 기간 금융권에서 여러 번에 걸친 정확한 예측으로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날린 김영익은 지금은 대학교수로 변신해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당신에게 찾아올 부의 대기회' <더 찬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대에 당하지 않는 14가지 투자 수업을 담았다.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해 책으로 펴내는 21세기북스 '인생명강' 시리즈의 7번째 책으로, 양장본으로 출간돼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김영익은 애널리스트보다도 더욱 큰 시야에서 경제를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다.

환율, 주가, 금리, 부동산, 재정 정책...

이런 변수들이 맞물려 경제는 숨 쉬는 생명체로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집을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주식 보유량을 늘려야 하나?', '암호화폐는?'...

저자는 개인에게 당하면 자산의 일부분을 잃지만, '시대에 당하면' 전 재산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의 말이나 뉴스에 혹해서 투자를 결정하다가는 후회하는 후과를 만날 확률이 높다.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개인과 기업에 막대한 돈이 풀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만나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작금의 상황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한 문제다. 이런 사태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그나마 경제가 버티는 건 재정, 공급정책 덕이다. 한마디로 빚잔치를 하고 있단 얘기다. 미국은 정부, 중국은 기업, 한국은 가계 부채가 늘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제대로 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에 여기엔 거품이 있을 수밖에 없단다. 주식에도 부동산에도. 그는 22년 하반기부터 거품이 붕괴되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하고, 23년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문제가 터지는 위중한 해가 되리라고 본다. 거품이 꺼질 때는 연착륙이 없다!

그럼 위기라면 위기인 이런 상황이 어떻게 부의 기회 '더 찬스'가 될까?

항상 경제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불황이 오면 보통 사람들은 무서워서 소극적인 대응으로 관망세로 지켜보기 마련인데, 언제나 기회는 위기 속에 숨어있다. 부자들은 이런 시기 현금이란 실탄을 보유하고 가치가 떨어진 자산(주식, 부동산)을 수집하기 바쁘다. 그건 있는 사람들 이야기 아니냐고?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 투자를 하고, 미국 주식의 비중은 줄여야 하고, 인도와 베트남에 관심을 기울이고, 아파트 가격은 떨어질 거고... (제발 아파트 가격은 하락해서 제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금융 위기는 또 다른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늘 하던 대로 경제 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백데이터를 통해 예측하고 전망한다. 이미 과거 사례가 그의 실력을 입증한다. 231쪽의 <더 찬스>는 품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는 분량이 간소하다. 그만큼 핵심만 강의체로 정리했고, 독자들이 기대하는 '그래서 어떡하라고?'는 아주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지만, 책을 통해 거시경제 인사이트를 얻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가령 중국 경제의 성장 구조는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뀌고, 같은 유로화를 써도 국가경쟁력이 높은 독일에게 훨씬 유리하단 내용은 흥미로웠다.

<더 찬스> 심화학습을 원한다면 김 교수의 다른 책이나(이 책은 그의 16번째 책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구독해 볼지어다. 아무리 명강사라도 강의만 수동적으로 들은 학생과 강의를 듣고 나름 부족한 공부를 더한 노력파 학생이 얻는 결과가 같을 수 있을까. 찬스는 내 것으로 해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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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08 세트 - 전8권 전지적 독자 시점
싱숑 지음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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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절대지존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8권이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 김독자. 그는 10년간 절찬리에 연재되지 못한 소설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멸살법)의 유일한 마지막 독자였다. 그는 홀로 독고다이란 의미에서 독자(獨者)이기도 하고, 책을 읽은 독자(讀者)이기도 한 셈이다.

세상은 멸망하고 '멸살법' 소설 속 아비규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펼쳐지는데, 그는 이미 예습을 한 사람이다. 김'독자'의 전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전독시에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거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작은 이야기를 잡아먹는다. 그것이 이야기의 유일한 법칙이며 '스타 스트림'의 섭리다." - 8권 59쪽

기존의 상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생존만이 유일한 미덕인 세상.

김독자의 예지능력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희생정신, 정해진 길을 거부하고 시나리오에 변화를 주려는 반골 기질은 그에게 '가장 못생긴 왕'의 칭호를 안겨준다.

최초 그와 인연을 맺고 함께 행동을 하게 된 팀원들은 직장 동료였던 천사표 유상아, 곤충과 교감하는 인섹트 마스터 소년 이길영, 노빠꾸 군인정신 이현성 정도였으나 시나리오를 거듭하면서 멸살법의 주인공 회귀자 유중혁, 중혁을 사부로 모시는 미소녀 이지혜, 험난한 사연을 지닌 미스터리한 신유승, 타고난 여전사 정희원, 표절 작가 한수영 등이 김독자와 헤쳐모여를 반복하며 10번째 시나리오까지 가게 되는 여정이 기둥 줄거리다. 여기다 김독자 모자의 애증의 관계가 추가돼 주인공에게 입체감을 부여한다.

책을 구정 전에 받고 완독하는데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느긋하게 독파를 하고 싶었지만, 시시때때로 읽어야 하는 책이 생기다 보니 읽다가 잠시 스톱하고 다른 책 보고 다시 전독시로 돌아오기를 몇 개월 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다른 모든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전독시의 몰입도가 내겐 높지 않았다.

모름지기 판타지의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독자들을 이동시킨다.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꿈동산...

희한하게도 전독시의 무대는 서울이다.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전철역 이름이 그대로 나오고, 거길 뺏고 뺏어야 한다. 이게 이상하다기보다 특이했다. 벌어지는 사건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인데, 무대는 오늘 출근길에 지난 지하철역이라니.

등장인물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자기 앞에 주어진 시나리오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데, 팔자 좋은 성좌들은 이를 구경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거나 코인을 후원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미션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극악무도한 상대를 만난다. 버티려면 내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워-업, 세져야만 한다.

전독시는 퀘스트가 중심인 게임 시나리오를 공들여 활자화한 느낌이고, 현대판 무협지 같기도 하다.

죽었다 살아나기를 몇 번. 김독자는 스스로 성좌의 위치에 올랐고, 끝끝내 한 사람의 팀원도 희생시키지 않고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대장정의 1/3 PART 1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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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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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드보일드를 대표하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내가 죽인 소녀>가 13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를 찾아왔다. 이 소설로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으니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

탐정 사와자키와는 최신작 <지금부터의 내일>로 인연을 맺었지만, 여운이 짙다.

 

이번에 탐정 사와자키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의 유괴 사건에 연루된다. 유괴범이 사와자키를 몸값 운반책으로 콕 집어 지명한 것.

300여 페이지를 훌쩍 넘겨도 사건의 전말은 오리무중이다. 소녀의 목숨이 걸린 유괴 사건인지라 최대한 신속하게 이런저런 수사를 진행하고 용의자를 특정해 보지만 모두 헛다리였음이 드러나고 사건은 다시 원점이다.

사와자키는 경찰과 대부분 경원시하고 살짝 협조하는 관계지만, 이번에도 믿을 건 탐정뿐이다.

 

장르물 애호가라면 책을 중반 정도 읽으면 나름 추리를 해보기 마련이다. 나 역시 나름의 시나리오를 도출해 보았지만 전혀 사건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범인이 탐정 사와자키를 지명한 데는 분명 합당하고 중대한 이유가 있으리라 전제했다.

역시 이 소설은 사건의 해결이 주는 쾌감보다는 '낭만 마초' 사와자키의 매력이 우선이다.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고, (닛산) 블루버드를 몰며, 폭력단에게까지 사건 의뢰를 받는 그는 칠 년간 700번 이상 반복해온 정정에도 불구하고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사와자키를 고수한다. 동업자 와타나베는 과거 폭력단과 얽힌 사건에서 각성제와 1억 엔을 들고 튄 인물이다! 불행한 개인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대형 사건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와타나베는 이후 행불 상태로 간간이 사와자키에게 종이비행기로 안부를 전할 뿐이다.

"강탈 사건은 그가 선택한 최선의 처신이었다." - 404쪽

이 문장에서 크게 한 방 먹었다.

아무리 동업자였더라도, 사건 이후 적잖은 고초까지 겪었건만 이런 '인간에 대한 이해'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건지!

그는 진정 이 시대의 '낭만 마초'다.

소설의 말미, 보너스 트랙 격으로 '맺는말을 대신하여 : 패자敗者의 문학 - 한 남자의 신원 조사'가 실려 있다.

하라 료는 소설가가 되기 전 재즈 뮤지션으로 여러 장의 음반을 낸 이색 경력의 소유자인데, 자신의 과거를 의뭉스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짧은 단편으로 정리했다. 그의 과거가 궁금한 하라 료의 팬이라면 박수칠 만하다.

개정판에는 국내 미출간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이 특별 수록되었다. 이 단편은 하라 료의 문고판 에세이 <하드보일드>에 수록되었다는데... 이런 건 번역이 시급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도와준 노인이 남긴 증여금 2000만 엔을 받지 않는다.

20,000,000JPY!

탐정 사와자키의 매력엔 탈출구도, 비상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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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계미래보고서 2023 : 휴머노이드가 온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빅테크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데이비드 핸슨 지음 / 더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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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가장 발 빠르게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 박영숙과 제롬 글렌.

두 명의 공저자에다 로봇 회사 Hanson Robotics의 설립자인 미국의 로봇 공학자 데이비드 핸슨이 합류해서 선보이는 'AI 빅테크 최신판'이 바로 <AI 세계미래보고서 2023>이다.

이 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빅테크에 대한 대전망을 담고 있는데, 전망보다 오히려 현시점의 기술 발달 수준에 포커스를 맞춘 저작이다. 향후 미래를 바꿀 AI 로봇, 휴머노이드,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AI 테크, 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미래의 교육과 직업... 이런 것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일별한다.

 

지난 수십 년 PC,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 혁명도 대단했고 개개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향후 변화될 근미래의 모습은 보다 빠르고 혁신적인 모습을 띨 공산이 크다. 이 책을 읽으니, 이런저런 SF에서 봐온 모습들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올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에 이렇게 된다, 이렇게 변한다'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냥 전망이 아니라 이미 현재 이런 단계에 이르렀으니 당연히 그렇게 진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추측이다.

의료용 로봇,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암과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콘택트렌즈, 두뇌에 칩을 넣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이런 것들은 이미 세계의 어느 회사에서 상당 부분 개발이 진행되었다. 놀랍다.

읽는 재미는 덜했다.

태생이 얼리어답터와는 우주만큼 거리가 먼 '가장 늦게까지 버티는' 테크놀로지 지각생인데다, 요즘 각광받는다는 메타버스도 접한 적이 없다 보니 아무래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감흥이 없었다. '뭐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 생소한 용어가 계속 등장하는 것도 한 이유겠고.

휴머노이드 로봇,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AR/VR, Web3, 디지털 트윈, 머신·딥러닝, 자율주행, 의료·헬스케어, IoT, 컴퓨팅. 무엇보다 이런 핫한 개념들에 대한 소개, 현 단계, 전망 등이 백화점식으로 쭉 나열되는 서술 방식이 놀랍고 신선하기 보다 살짝 지루하게 다가온 탓이 크다.

한 권의 책에 이것도 넣고, 저것도 건드리고 싶은 의욕은 이해하나 단행본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통찰력이란 점에선 뭔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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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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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82권의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었다. <몽환화>는 몇 년 전 읽었고, 당시에는 그리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한 작품이었다.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어 재독의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처음 읽었던 '첫인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작품은 그대로 일 텐데 뭐가 달라진 것일까?

이 작품에 대한 내 평가는 개정된다.

등장인물을 보자.

주인공 소타는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나 원자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처지이고, 그와 콤비를 이뤄 사건의 핵심으로 뛰어든 리노는 올림픽까지 준비할 정도의 대표급 수영 선수였으나 갑자기 찾아온 원인을 알 수 없는 물속에서의 패닉으로 수영을 떠난 인물이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올곧은 성품의 리노 할아버지 슈지, 슈지의 도움을 받은 아들 유타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하야세 형사, 갑자기 자살한 리노의 사촌 나오토와 그가 재적했던 프로 데뷔를 앞둔 밴드 '팬드럼', 소타의 이복형으로 뭔가 모를 비밀을 감춘 경찰청 고위 공무원 요스케, 그리고 소타의 첫사랑 잊지 못할 그녀 다카미...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없고 각자의 사연은 명확하며 캐릭터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이번엔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50년 전에 벌어진 희대의 MM(매릴린 먼로) 사건, 평화롭게 꽃을 키우면서 노후를 보내던 노인 슈지의 타살, 손자 나오토의 원인 모를 자살, 서로 호감을 보였으나 갑자기 연락 두절된 의문의 소녀 다카미의 행방.

히상 소설에서 프롤로그는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청사진 역할을 하기에 절대로 허투루 넘어가선 안 되지만, 이번 <몽환화>에서는 무려 프롤로그가 두 개이고 소타의 한여름 짧은 사랑을 그린 두 번째 프롤로그는 이례적으로 길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였던 이 사건들이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얼개는 무려 에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이 '역사가도'란 잡지에 연재되었던 역사물을 표방한 소설이었음을 기억하자. 미스터리를 읽는 가장 큰 기쁨이 점으로 떨어져 있던 사건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쾌감이라면 <몽환화>는 제대로다. 책장을 중간에 덮어도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한 몰입감은 기본이요, 여기에 인생살이에 대한 은근한 조언까지 첨언한다.

슈지 살해의 범인은 그야말로 예상 밖이었다. 숙달된 독자라도 이렇게 추측하긴 어려울 듯.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을 듯한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히상은 기어코 노란 나팔꽃의 비밀에서 출발한 황홀경을 빚어낸다. 역시나 이야기의 서랍이 많고, 전후좌우 스토리텔링을 축조하는 타고난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늘 추미스 계열의 책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지만, 거의 언제나 히상의 책을 읽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소재가 무엇이든, 히상의 손을 거치면 적어도 독자들을 실망시키진 않는다.

'에도 시대에는 존재했다는 노란 나팔꽃이 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작가적 상상력은 놀랍고 경이롭다.

히상의 방대한 라이브러리에서 <몽환화>가 베스트 10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20위권 안에서는 충분히 한자리를 두고 경합을 펼칠 만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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