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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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로 본명을 숨기고 다른 이의 이름 도나로 사는 주인공 앨리스.

어느 날 알려져서는 안 되는 본 계정으로 이메일이 오는데 내용은 장례식 초대. 고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찜찜한 마음으로 장례식에 간 앨리스, 고인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그건 '앨리스 앤더슨' 바로 나다.」

제목에 드러나 있지만, 로그 라인이 기가 막히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고 장례식 장면을 만나는 순간 여기서 책을 덮을 독자는 없다.

페이지는 신속하게 넘어간다. 빠른 전개만큼 의문은 증폭된다.

나름 신분을 숨기며 세상과 최소한의 교류만 하고 산다 믿었는데 어떻게 이메일이 도착했으며, 생뚱맞은 장례식은 또 뭔가? 내가 타인의 이름을 도용했듯, 앨리스 앤더슨으로 살았던 고인은 누군가? 이메일 발신인은 누구며 그가 날 이 장례식에 초대한 진의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의문은 이 모든 설계에는 뭔가 분명 의도가 있을 텐데 신용불량 상태인 나는 털어봐야 나올 게 없다. 개털인 나를 상대로 벗겨 먹을 게 뭐가 있어, 무슨 이득을 취한단 말인가.

이런 의문은 곧 주인공 앨리스의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앨리스가 이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심리 스릴러다. 큰 얼개는 죽은 '앨리스 앤더슨'의 일을 인계받아 사업가 맥스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의 대저택에서 살게 되면서 진행된다. 성공한 사업가, 대저택의 소유주 맥스 마스덴에게 '좋은 맥스'와 '나쁜 맥스'의 두 얼굴이 있어 가족들이 사이코패스로 부르듯 현대인들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는 50권이 넘는 범죄 스릴러 소설을 집필했다는 영국 작가 헬렌 듀런트의 국내 첫 번역작이다.

현대물이지만 엽기적인 범행은 없고, 대부분 맥스의 저택을 무대로 등장인물도 몇 명 없다. 제한된 공간과 인물로 쌓아 올리는 밀도 높은 서스펜스가 소설의 핵심이며, 앞서 말한 의문들이 하나하나 해결되는 쾌감이 있으며, 결말은 장르물에 숙달된 독자라 하더라도 눈치채기 쉽지 않다. 다만 떡밥들이 회수되면서 드러나는 퍼즐 조각조각의 이음새가 아주 명쾌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대작 영화의 쿠키 영상처럼 후속작을 강하게 암시하는 결말이 있어 그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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