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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오랜 기간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금시초문이다. 추미스의 세계는 방대하지만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도, 캐드펠 수사라는 캐릭터도 생소하다.
이 시리즈는 영국 출신 작가가 60대 중반에 집필을 시작했고,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21권으로 완간되어 그중 3권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뒤편의 주를 보면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와 인물들이 가공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 물줄기를 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중세를 배경으로 수도원에서 근무하는 캐드펠 수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역사 추리물로 보면 되겠다.

처음으로 읽어 본 <성스러운 도둑>(The Holy Thief).
도둑이 나오니 뭔가 훔친 게 있을 거고, '성스러운'으로 봐서 물건이 종교적인 의미를 띠고 있거나 절도의 목적이 성스러운 측면이 있다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아주 정확하진 않다.
처음엔 위의 해석에 준하는 전개로 진행되지만, 드러난 결말은 사뭇 다르다. 본 사건은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있고, 도둑은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한 편의 소설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다. 다만 중세 시대 고증이나 당시 분위기 묘사가 현대 독자들에게는 다소 고색창연하게 다가갈 수 있겠고, 더군다나 베네딕토회로 대표되는 중세 카톨릭의 종교적인 색채는 종교와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진다.
현대물에서 익숙한 선을 넘는 엽기적인 범죄나 그런 묘사는 <성스러운 도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건이라고는 수도회에서 신성시하는 성녀의 성골함이 사라지고, 사건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유력한 관련자 한 명이 사살된 게 전부다. 여기서 캐드펠 수사는 큰 활약이 없다. 사건 해결의 전면에 나서는 건 유랑 여가수다.
캐드펠 수사의 매력을 발견하려면 시리즈를 몇 권 더 독파해 봐야겠다. 내겐 아직 두 권의 책이 더 있다.